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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정면충돌’…영원한 맞수 효성·코오롱 美 특허전쟁

김성진 기자I 2024.04.04 16:07:40

美서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특허 침해소송
코오롱인더 “평가액 3배 손해배상 해라”
효성 “법적 절차 따라 적극 대응할 것”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주도권 확보 싸움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 2월 미국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효성첨단소재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 핵심 기술을 두고 양사가 미국 법원에서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국내 섬유화학업계 오랜 라이벌인 효성과 코오롱이 과거 나일론 전쟁 이후 28년 만에 난타전을 벌일지 관심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타이어코드.(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의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소송은 효성첨단소재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나일론’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관련 미국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게 핵심이다. HTC는 기존 제품 대비 마모성이 뛰어나 중량이 많이 나가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앞으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HTC에 활용된 아라미드는 다양한 산업군에 쓰이는 신소재로, 무게는 강철의 20% 수준에 불과하면서 인장강도는 5배, 탄성은 4배나 높은 게 특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소송에서 효성 관련자에 대한 영구적인 특허침해 금지 명령과 함께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평가액의 3배)을 청구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 금액은 아직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데 따라 공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타이어코드 용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아라미드는 연간 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여기에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해 판매한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매출액과 미국 현지의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시장 등을 모두 고려해 미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평가액을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의 주장대로 평가액의 3배가 받아들여질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액이 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양측이 이처럼 HTC 기술을 놓고 정면충돌한 배경에는 미래 타이어코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자리한다.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각각 51%, 15%를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입장에서는 이 신기술이 효성첨단소재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올 무기인 셈이다.

양사는 이미 국내서도 HTC 특허로 갈등을 빚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등록한 ‘하이브리드 섬유 코드 및 그 제조 방법’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는데, 지난달 특허심판원은 이와 관련해 일부 기각 및 각하 결정을 내렸다.

효성과 코오롱은 국내 섬유화학업계 오랜 라이벌로 지난 1996년 이른바 ‘나일론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나일론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두 그룹은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 ‘카프로’의 지분을 매입하며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지분 매입의 적법성을 놓고 검찰 고발까지 하는 충돌을 빚었다. 이후 두 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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