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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연쇄예금인출(뱅크런) 우려에 휩싸였던 카카오뱅크(323410)가 예수금 확대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고객들은 굳건한 믿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타 인터넷은행에 비해 증가 폭이 큰 점도 의미가 크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1일 통일경영공시를 통해 예수금(요구불예금, 정기예금·적금)이 작년 3분기 34조5560억원에서 올해 3분기 45조6890억원으로 32.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예수금이 13조4909억원에서 17조2361억원으로 27.8% 늘어난 것에 비해 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23조1445억원에서 22조6863억원으로 2% 줄었다.
예수금 증가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모임통장 등 시그니처 상품의 꾸준한 인기로 타행 대비 경쟁력 있는 저원가성예금 비중을 시현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수신(예·적금)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올 3분기 저원가성예금 비중은 약 56.9%로 은행권 평균 38.3%에 비해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간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논란에 휩싸이면서 예금이탈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불식시킨 셈이다. 대주주 논란은 지분 27%를 보유한 대주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는 대주주 자격 요건을 두고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1년 이하 단기 예수금 증가에 따른 수신 이탈 우려도 일축했다.
카카오뱅크는 요구불예금에 해당하는 저원가성예금 위주로 예수금을 확대하면서 1년 이하 단기 예수금 비중이 작년 3분기 43.5%(15조344억원)에서 올 3분기에는 47.8%(21조8207억원)로 4.3%포인트 높아졌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행과 고객이 긴밀하게 관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안정적 예금 비중은 은행권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올 1분기 말 기준 안정적 예금 비중은 37.3%로 주요 시중은행 평균 32.8% 대비 높게 나타나는 등 고객 신뢰와 수신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수신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카카오뱅크의 경우 사법 리스크에 따른 영향이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카카오가 기소된 이후 카카오뱅크 수신이 일부 유출됐으나 최근 회복세를 보였다며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사법 리스크로 자금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