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22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양사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현대차 33만대, 기아 25만8000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내수)는 높아지는 전기차 가격에 비해 정부 보조금은 해마다 줄어들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요 둔화 속에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영향 탓에 올해 상반기 목표 대비 전기차 판매(공장 판매 기준)은 현대차가 16만679대로 달성률 48.6%, 기아는 11만3897대로 44.1%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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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에 전기차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각국 보조금 인하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비용은 커지면서 수요 위축이 이어진 탓”이라며 “특히 수요가 위축하다 보니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업체들이 가격 할인공세에 나섰고 판매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D 투자·인재 확충으로 정면 돌파
전기차 성장 둔화 전망에도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전기차 공장 증설과 신차 및 제품 등의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에 투자를 확대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대와 손잡고 채용 연계형 석사 과정 계약학과인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 설립한 것도 인재 유치를 위한 선제적 행보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차 연구개발(R&D)과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해 6조2038억5300만원을 투입했다. 이중 R&D와 제품 개발에만 현대차 2조4256억원. 기아 1조1624억5300만원 등 3조5880억5300만원을 썼다. 전체 투자금의 58%가량이 R&D와 제품 개발에 쓰인 것이다. 특히 기아의 경우 상반기에만 1조원대 R&D 투자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D 투자를 통해 신차 개발은 물론 배터리와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등의 기술 내재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내재화가 어려운 곳은 전략적 투자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현대차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미래 기술을 제휴할만한 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전략투자’에 6971억원을 투입했다. 당초 계획한 투자금인 7092억원의 98.3%를 쓴 셈이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전략투자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적잖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6월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1조원, 총 109조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33%에 해당하는 35조8000억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에 쏟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약 3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특히 미래사업 투자 비중을 4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