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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책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돌직구’에 내년 기준금리 향방이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더딜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신호는 있었지만, 자칫 인상 자체가 녹록지 않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에 맞춰 몇 차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정반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한은과 KDI 통화정책 논리 차이는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8bp(1bp=0.01%포인트) 하락한 2.084%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채권가격이 상승(채권시장 강세)한 것을 의미한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2.5bp 내린 2.271%에 거래를 마쳤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중단기물 금리가 갑자기 하락한 건 이유가 있다. KDI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1.25%→1.50%)을 두고 “이른 판단”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더 나아가 “오히려 인하할 여지도 충분하다”고도 했다.
KDI의 주장은 그 나름의 일리가 있다.
통화정책의 두 축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다.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기본으로 하되, 금융 리스크도 동시에 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수의 시장 인사들은 한은의 이번 인상을 두고 가계부채용 ‘정책 패키지’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미시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기준금리 같은 거시대책도 동반한 것이라는 의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회복세이니 낮은 물가임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금융 환경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이 물가 안정보다 금융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건 한은 인사들도 동의한다.
다만 KDI는 본연의 물가 안정을 더 중요하게 봤다. KDI의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9%. 목표치(2.0%)에 미치지 못한다. 이 정도 초저금리임에도 물가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한은과 KDI가 결정적으로 갈리는 건 내년 경기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일시적인 외부충격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을 각각 1.8%, 1.9%로 보고 있다. KDI의 전망치는 각각 1.5%, 1.6%다. KDI의 경기관(觀)이라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자칫 0%대 물가의 준(準)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전반이 침체하는 현상)까지 부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 조동철 한은 금통위원이 7명 금통위원 중 유일하게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도 이와 비슷한 논리다.
◇인상 또 언제? 국민들은 헷갈린다
한은 내부는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특히 “인하 발언까지 한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더러 나온다. 김현욱 부장은 한은에서 10여년 일한 ‘한은맨’ 출신이다. 한 관계자는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금리 발언을 명시적으로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가뜩이나 불확실한 기준금리 향방이 더 불확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KDI 언급대로) 펀더멘털만 보면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시장에서 적잖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내년 4월 차기 한은 총재 인선, 6월 지방선거 개최 등 대형 이벤트가 즐비하고, 미국의 인상 스케줄도 강력한 변수로 꼽힌다. 한은 한 고위관계자는 “차기 총재는 지금보다 더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은과 KDI간 입장 차이가 크다보니) 금리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들이 헷갈릴 수 있다”면서 “당국이 정책 방향을 더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