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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망할 동양인이니까"…한인 유학생, 英서 인종차별 폭행

조유송 기자I 2017.10.20 16:17:19

술병으로 가격해 얼굴 골절..폭행 후 도주
영국 ''증오범죄'' 최고..인종차별 반대운동도 확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가 술병으로 김모(20) 씨의 안면을 가격하기 직전의 모습 [사진=김모 씨 페이스북]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영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현지인에게 폭행을 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

영국 브라이튼 서섹스대학교 유학생 김모씨(20)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귀가 중 신원불명의 백인 남성에 의해 샴페인 병으로 안면을 가격당했다. 공격한 백인 곁에는 다른 백인 두 명이 있었다. 두 명은 싸움을 부추겼다고 전해진다.

김씨가 공격당하는 영상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한국인은 물론 현지인들의 공분을 샀다.

김씨의 SNS에 따르면, 김씨는 영국 브라이튼에서 한인유학생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한 백인이 지나가던 김씨의 뒤통수에 맥주병을 던졌다. 김씨가 이유를 묻자 백인은 “네가 망할 동양인이니까” 라고 답했다.

이후 백인들은 김씨에게 “일대일로 싸우자”고 도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상황을 피하려 했지만 인종차별 폭언은 계속됐다. 눈을 찢는 행위를 하거나 귀를 잡아당겨 원숭이 묘사를 하며 김씨의 앞을 막았다. 곧 백인 한 명은 들고 있던 샴페인 병으로 김씨의 얼굴을 가격한 뒤, 남은 둘과 도주했다.

폭행으로 김씨는 상악골(위턱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또 치아 1개가 부러져 신경이 드러났고 10여 개가 흔들리는 등 크게 다쳤다. 김씨는 “내가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공격당한 것) 같다. 나는 단지 영국서 공부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대사관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온라인 자선모금 소셜 플랫폼 ‘저스트기빙(Justgiving)’에는 피해자 김씨의 치료비를 돕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20일 오후 3시(한국시각) 모금액은 목표액 1000파운드(약 149만 원)의 220% 선인 2200파운드(약 326만 원)가 모였다. 영국의 한 누리꾼은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이다. 당신을 공격한 사람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김씨를 응원했다. 다른 누리꾼은 “고통을 겪게 해 미안하다”라고 가해자를 대신해 사과했다.

온라인 자선모금 소셜 플랫폼 ‘저스트기빙(Justgiving)’이 김씨의 치료비를 모금하고 있다. [사진=저스트기빙(Justgiving) 홈페이지]
EU 조사 결과 현 유럽 국가 중 인종차별 1위로 영국이 꼽혔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영국 증오 범죄 증가율은 29%로, 이 증가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영국 내무부는 “이런 증가는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치러질 무렵과 지난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부근 다리 차량 테러 이후 급증한 증오 범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이크 김씨가 주문후 받은 커피 컵에 이름 대신 ‘CHING’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제이크 김씨 페이스북]
한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스타벅스 매장 종업원은 한인 남성 제이크 김씨가 주문한 커피 컵에 아시안 비하 단어인 ‘칭(ching)’이라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칭’은 중국인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통상 백인들이 아시아계를 지칭해 비하할 때 쓰인다. 지난 8월 역시 맨해튼 한 식당에서도 한인 주문용 영수증에 아시안 비하 단어 ‘칭총’이라고 적혀 논란이 있었다.

[사진=미국프로풋볼(NFL) 트위터 캡처]
한편, 인종차별 문제에 미국 프로 풋볼(NFL) 선수들은 ‘무릎 꿇기’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무릎 꿇기’는 지난해 8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을 맡았던 콜린 캐퍼닉이 시작했다. 캐퍼닉은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가 연주 도중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릎 꿇기’는 유럽 축구계로도 확산됐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소속 선수들과 코치진은 14일(한국시각)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샬케 04와의 경기에 앞서 ‘무릎 꿇기’를 했다고 1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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