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만남은 싸늘하다 못 해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베 총리는 회담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머쓱해했다. 시 주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방에서 정상회담을 열 때는 개최국 정상이 먼저 기다리는 게 외교적 관례다. 그런데 손님을 기다리게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시진핑 주석이 들어서자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지만 시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아베 인사가 끝나가도 전에 고개를 돌리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 중계된 시 주석의 모습은 마치 화가 난 듯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두 국수주의 지도자들의 증오(No love lost between nationalist leaders)”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세계에서 가장 어색한 만남이라고 묘사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일본과 어쩔 수 없이 만났다는 걸 강조하려 이런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만나달라’고 간청을 하니 주최국으로서 어쩔 수 없이 만났지만 대화 의지는 별로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시 주석은 “중·일 관계가 최근 2년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누구의 잘못인지)’은 명확하다”면서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로 향한다는 정신에 따라 중·일 관계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이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아베를 앞에 두고 역사문제를 비판한 것이다.
회담 시작부터 끝까지 외교적 결례에다 면전에서 수모를 당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애써 양국정상간 회동의 성과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아베 총리는 오랜 기간 시 주석과의 회동을 모색해 왔다.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과 멀어진 게 외교정책의 약점이란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렇게라도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외교적 성과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나 아사히 같은 일본 유력매체들은 “회담이 불과 25 분이었다고는해도 관계 개선 의사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확실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아베정권 편들기에 나섰을 정도다.
사실 아베 정부는 국내에서도 사면초가다.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장관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면서 최근 아베내각 지지율이 정권 출범 후 최저 수준인 42%로 떨어졌다. 그는 소비세 인상이 여의치 않을 때 국회를 조기 해산하고 대신 총선거를 치르는 식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해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일본으로서나 아베 정권으로서는 결국 중·일 정상회담이란 외교적 성과가 그만큼 목말랐다는 의미이기도하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회담장에서 보인 시 주석의 싸늘한 응대는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독도에서 공연을 했던 한 인기가수는 일본 입국을 거절당했을 정도로 한일관계도 멀어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