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무원연금 수술 드라이브
7일 여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오는 9월 정기국회 법안발의를 목표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준비 중이다. 당 경제혁신특위 공적연금개혁분과위가 실무를 주도하고 당 정책위가 받치는 형태다.
이는 청와대까지 포함한 여권 전반의 작업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청와대 비서진 합류 직전까지 당 공적연금개혁분과위원장을 지낸 연금 개혁론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한 개선을 언급했다. 당 특위 관계자는 “안전행정부 등 부처들은 개혁에 소극적”이라면서 “정치권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달 안으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연금 개혁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정청의 의제는 윤 일병 사망사건”이라면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군인연금 등 연금 개혁 문제도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연금 지속가능하지 않아”
새누리당이 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차후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기금(본인부담금 7%+정부부담금 7%)만으로는 지급할 수 없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적자보전액은 1조9982억원이었다. 지난 10년 누적액은 12조2265억원 규모다.
여권 정책라인 핵심관계자는 추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메뚜기떼의 습격’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에 우리나라 길거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현재 공무원연금이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적자를 감수하는 현행 복지시스템으로는 재정 파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가 1960년 연금제도 신설 당시와 달라졌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공무원연금은 그 시작이 공무원들의 박봉에 대한 보전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안행부 관보고시를 보면, 올해 공무원 전체 월평균소득은 447만원이다. 5인이상 사업체 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293만4000원(지난 5월 기준 고용노동부 발표)보다 더 높은 수치다. 공무원의 소득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민간기업보다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단순 수평비교는 어렵지만 공무원들의 처우가 상당히 좋아졌다” “전통적인 개념의 공무원연금은 바뀌어야 한다” 등의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공무원연금의 수익비(2.3배)는 국민연금(1.3~1.8배)보다 더 높다.
아울러 향후 20개월간 큰 선거가 없다는 ‘정치적’ 이유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에 칼을 들이댈 경우 바로 ‘표(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실행이 불가피한 대수술이라면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공무원조직 거센 저항 불가피
다만 공무원조직의 조직적이고 거센 저항은 불가피하다. 현재의 연금구조가 관대하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덜 받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 특위 관계자는 “‘화형식(火刑式)’을 당할 각오까지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무원은 국민연금 대상자들(10년 이상)보다 더 오랜기간(20년 이상) 돈을 부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공무원연금에는 일반기업의 ‘퇴직금’도 사실상 포함된 개념이라는 점 △공무원은 노동3권의 제약이 있고 고용보험도 없다는 점 등 반대 논리도 비등하다. 역대정부에서 세차례에 걸쳐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권혁창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처럼 신규 공무원들은 국민연금으로 가입시키는 방향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아마 저항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논의가 많이 진척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