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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류시열 체제 출범..공정·중립성 확보 관건

원정희 기자I 2010.11.01 18:16:22

중립성 우려 불식 관건..후계구도 수립 총력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분열된 조직통합 급선무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짧게는 3년, 혹은 그 이상의 신한금융지주(055550)의 미래가 류시열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이하 회장)의 어깨에 놓이게 됐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공식 사퇴한 라응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류 회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1일 출범했다.

류 회장은 내년 3월까지 후계구도를 포함한 새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최고경영진들간 내분으로 인한 `신한사태`를 수습해 조직을 안정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에 앞서 `라응찬 대리인이 아니냐`는 신한금융 안팎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하고 중립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류 회장의 리더십 확립 및 직무대행 체제 성공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라회장 측근 시선 극복..갈등 봉합이냐 악화냐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와 국내 사외이사의 의견은 극명히 갈렸다. 평소 같으면 이사회가 끝나면 경영진과 이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게 관례지만 이날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결과에 불만을 품고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결국 두패로 나뉘어 식사를 했다. 리더쉽 공백 사태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그 자리를 류 회장이 메꿔야 한다.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중립성에 대한 신한금융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기 경영진 선임 방안을 논의할 특별위원회는 류 회장을 포함해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과 국내 사외이사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류 회장의 특위 참여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앞으로 류 회장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취임식에서 임직원들과 인사 나누는 류시열 회장(사진=한대욱 기자)


류 회장은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중립적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섭섭하다"며 "특정인의 이해를 위해 대의명분을 저버리며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이 공언했듯 공정한 입장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태 수습방안을 마련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게다가 신한금융은 두달간 지속된 내분으로 신상훈 사장 라인과 이백순 행장 라인으로 갈린 형국이다.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시작된 분열이 아래로까지 확산된 모양새다. 이를 수습하는 것 역시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신한금융은 내년 3월까지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라 전 회장과 신 사장에 대한 검찰수사, 오는 8일 사전검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등이다. 이 과정에서 신 사장과 이 행장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경영진 3명이 모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한 직원은 "이미 기존 경영진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분열된 조직을 다시 정비해 과거의 신한모습을 되찾는 것은 류 회장이 공정한 입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후계구도 모색..외부개입 차단도 그의 몫

짧게는 앞으로 3년 신한금융의 운명을 결정지을 후계구도 수립은 류 회장이 짋어져야 할 중차대한 과제로 지목된다. 류 회장을 중심으로 특별위원회는 차기 회장 등 새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말하자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처럼 잠재 후보자를 물색하고, 선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다.

류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최근 그를 두고 벌어진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 듯 "차기 경영진 선임절차와 과정이 선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한사태`의 장본인들인 라 전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이 모두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류 회장이 중심을 잃지 않고 후계구도 선임방안의 묘책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신한금융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자칫 공정성 시비가 붙을 경우 류 회장은 물론이고 신한금융 이사회의 사태수습 능력에도 의문을 품고 외부 개입의 단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차기 회장 자리 등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불과 몇달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때 처럼 관치와 권치로 점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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