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쌍용자동차(003620)·르노코리아자동차·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총 60만 83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같은 기간 내수는 11만 1124대, 해외판매는 49만 7274대로 전년대비 각각 21.1%, 7.2% 감소했다. 이는 지난 2월 내수와 해외판매 모두 증가해 8개월 만에 성장세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지난 2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악재가 겹치며 예년 수준으로 수급 상황이 돌아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핵심으로 꼽히는 네온, 크립톤, 크세논(제논) 등의 재료들이 품귀난을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주요 도시를 봉쇄한 것도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 내 협력업체 공장들의 가동이 멈추며 자동차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 업계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반도체 수급난이 한창인 시절로 돌아갔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5만 2883대와 4만 5066대를 기록하며 각각 전년대비 28.4%, 11.7%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두 업체가 각각 전년 대비 34.6%, 30.1% 감소했던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도 일부 생산 차질을 겪으며 각각 3609대와 4464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쌍용차가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밀린 주문에 대응한 결과 5102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18.5% 증가했다.
해외 판매도 후진했다. 특히 현대차의 부진이 뼈아팠다.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 판매에서 26만 1043대에 그치며 전년대비 14.3%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난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이번에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2만 1212대 판매해 전년대비 9.7% 줄었다. 반면 기아는 레저용 차량(RV) 판매 호조에 힘입어 20만 5580대 판매하며 전년대비 1.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르노코리아와 삼성도 각각 전략 차종인 XM3와 렉스턴 스포츠&칸 인기에 힘입어 위기 속에서도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이 다시금 차량 생산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라며 “애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상반기 내 해소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업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