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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은행은 장난감 제조사의 신용대출을 심사하다 창고에 보관 중인 대규모 장난감 재고를 발견했다. 은행의 심사 담당자는 굳이 비싼 금리의 신용대출을 받는 대신 동산담보대출을 받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은 18만여개의 장난감을 담보로 운전자금 4억원을 대출 받았다.
기술이나 설비나 재고자산을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는 동산담보대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인프라를 개선하고 은행권을 독려해 동산대출을 더 키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말 기준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동산담보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17일 밝혔다. 동산이나 채권담보가 6613억원, 지식재산권(IP) 담보가 4044억원 규모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나온 작년 7월 이후 신규공급액(IP 제외)은 5951억원으로 예년과 견줘 7~8배 수준이다. 올 한해 순수하게 공급된 동산담보는 5737억원(IP 포함)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맡았다.
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저금리 자금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고 은행도 새 기술을 적용해 사후관리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게 금융위의 평가다. 실제 동산금융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금리가 최대 3.5%포인트 낮아졌고 대출한도도 50%가량 상향됐다.
하지만 동산담보대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체 기업대출이 700조원에서 이제 겨우 1조원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동산담보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의 63% 수준이다.
정부는 동산담보대출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동산·채권담보법을 개정해 다양한 기업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 담보가치를 높일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고, 개인과 개인사업자도 동산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 또 담보물을 고의로 훼손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제재규정을 마련하고 은행이 부실화한 동산담보를 매각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 회수지원기구도 내년쯤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담보 활성화 1년을 맞아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활성화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대한제국시절 은행이 당나귀 담보대추를 취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개척자 정신으로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혁신금융을 확산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