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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가계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에서 돈 빌리기 쉽지 않아질 전망이다. 당국이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안정화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금융기관이 신용위험 관리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3분기(7~9월) ‘가계 주택’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 전망치는 -2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대출금리를 높이는 등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곳이 완화하겠다고 답한 곳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돈 빌려줄 때 깐깐하게 심사하겠다는 얘기다.
‘가계 일반’ 또한 마찬가지로 -13을 기록하며 2008년 4분기(-19) 이후 8년 3개 분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 일반은 전·월세 자금, 마이너스통장 등 생활자금을, 가계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자금을 각각 말한다.
박완근 한은 은행분석팀장은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6·19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데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다중채무자 등 한계에 있는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은행이 본 가계의 신용위험 지수 전망치는 23으로 2014년 1분기(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곤 하지만 가계 소득까지 개선되기엔 시차가 있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 부담도 증대된다는 걱정이 반영된 결과다.
비(非)은행권의 판단 또한 다르지 않았다. 상호저축은행의 3분기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22로 2013년 4분기 관련 통계가 편제된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상호금융조합(-35) 생명보험사(-14) 등도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졌다.
박 팀장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추가충당금 적립률 상향 등으로 감독당국이 상호저축은행 등에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은행은 기업에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정도가 약해졌다. 경기 회복세와 함께 재무 건전성도 개선되리란 판단에서다. 대기업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 전망치는 -3으로 2분기(-7) 대비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지난 2분기 -10에서 3분기 -3으로 완화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5월2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전자 설문조사 방식으로 국내 은행 15개, 상호저축은행 16개, 신용카드사 8개, 생명보험사 10개, 상호금융조합 150개 등 199개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