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각을 두고 증권가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땅을 사들인 현대기아차그룹주 주력 3사 주가는 급락한 반면 땅을 파는 한국전력 주가는 치솟았다.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주가가 9.17% 하락한 것을 필두로 부지 입찰에 참여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주가가 각각 7.89%, 7.8% 떨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4조4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현대기아차그룹 3사 전체적으로 8조4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줄었다.
반면 한국전력은 5.82% 급등한 4만6400원으로 지난 2007년 7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 주가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1조6000억원의 시가총액이 불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부지 입찰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에 별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낙찰가가 10조5500억원으로 당초 예상치 4조∼5조원의 두 배를 뛰어 넘는 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희비가 이처럼 엇갈렸다.
기관이 주가를 좌지우지했다. 이날 기관투자자는 현대차를 2315억원 어치 순매도하면서 순매도 1위에 올려 놨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도 각각 999억원과 793억원의 순매도가 쏟아지면서 순매도 2, 3위가 됐다. 반면 한국전력에 대해서는 30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기관 순매수 1위였다. 또 시공 참여가 기대되는 현대건설에도 22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소 중립적이었다. 한국전력은 224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가장 많이 순매수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에 쏟아진 순매도 규모는 166억원과 387억원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가를 뛰어 넘는 낙찰가액에 더해 부지의 40%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너무 비싼 가격에 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10조5500억원이라는 낙찰가 보도가 전해지면서 ‘사실이 맞느냐. 개발비가 포함된 것 아니냐’며 깜짝 놀라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았다.
현대차에 대한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단기 악재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낙찰금액이 시장 예상보다 높아 단기간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부지매입에 따른 무형가치와 시너지 창출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동에 들어설 현대기아차타운이 토요타나 혼다에 비해 절대 열위에 있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