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다음달 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예정 주식을 총 4000만주에서 5000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는 제노스코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지분 59%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메리츠증권 20%, 김정근 오스코텍 전 대표 자녀 13%, 유한양행 5%, 임직원 등이 제노스코 주식을 갖고 있다. 오스코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제노스코 지분 41%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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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코텍, 2500억원 마련할 수 있을까
상반기 기준 오스코텍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91억원으로 사실상 제노스코 지분을 위한 자금을 온전히 추가 마련해야 한다. 제노스코 상장 당시 기업 가치를 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남은 지분 40% 가량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24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오스코텍은 2400억원 가량을 전략적 투자자(SI)를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상당히 커 적당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2500억원 이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한 경우는 2024년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73%를 4698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유일하다.
아울러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지분을 사오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제노스코 재무적 투자자(FI)로 들어온 메리츠증권은 최대한의 이득을 원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제노스코를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를 계획했지만 상장이 무산된 만큼 제노스코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오스코텍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점도 눈 여겨볼 만하다. 이를 두고 메리츠증권이 제노스코 가치 협상에서 좀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오스코텍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준 CFO(전무)는 “제약바이오 업계 성공적인 전략적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정말 누가 봐도 번듯하고 괜찮겠다 싶은 기업이 들어온 경우로, 이런 사례를 잘 참고하고 있다”며 “일단 다음달 주총을 거쳐 수권 주식 수가 늘린 뒤 제노스코 기업 가치 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 최대주주 변경 리스크
자금 조달 규모 뿐 아니라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19일 기준 오스코텍 주가는 4만9300원인데, 약 5만원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24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80만주 가량이 필요하다.
현재 최대주주인 김정근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 수가 476만3955주(12.46%)로,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기존 오스코텍의 연구개발 기조와 전략, 파이프라인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매우 긴 호흡으로 연구개발을 실시하는데,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다보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 CFO는 “김정근 전 대표 역시 자금 확보에 따른 지분 하락과 그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오스코텍의 연구개발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적 투자자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 바뀐 소액주주…설득 어려울 듯
소액주주들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도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100% 자회사 추진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오스코텍 소액주주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의 66%에 달한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말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상장을 추진할 당시 ‘쪼개기 상장’이라며 지분을 모아 반대 의견을 냈다.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김정근 대표의 연임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어 제노스코 상장 대안으로 100% 자회사 추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미 제노스코 상장이 무산된 상황에서 굳이 주식 수를 늘리고 지분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까지 감내하면서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에 향후 임시 주총 등에서 제노스코 100% 자회사 추진을 위한 안건을 다루더라도 오스코텍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신 CFO는 “현재 오스코텍은 진정성을 가지고 정말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향이든 기업과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선택, 공정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