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거시경제) 악재 속 하반기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관련 우려는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평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이 한국과 반도체 산업 전략적 협력을 중장기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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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6만7900원(0.15%) 하락한 6만7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2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갔고, 삼성전자를 286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4거래일은 제외하고 삼성전자를 팔아치웠고,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7390억원이다. 반면 개인은 이날도 3500억원 사들였고, 이달 들어서는 5350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1670억원 사들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소매업체 실적 쇼크에 따른 물가 압력, 실적·경기 우려, 중국 베이징 코로나19 확산세 약화, 한국 5월 1~20일 무역수지 적자 등 불안 요인이 부각되며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에도 외국인이 증시를 순매도하는 가운데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매크로 우려가 삼성전자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상반기 IT 세트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상하이·쿤산 봉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세트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생산·물류가 완전히 정상화되기엔 시간이 필요하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식료품 가격도 강세를 유지하는 등 하반기 수요 우려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스마트폰과 PC 등 세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도 세트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에는 이 같은 반도체 호황 국면이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은 계속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련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이 됐고 이제 ‘바텀피싱’(최저가 매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들의 상반기 주가는 거의 예외없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협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센터장은 “실적 둔화 우려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면, 이제는 밸류에이션과 실적을 고려한 바텀 피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밸류에이션도 낮고 2분기 실적도 큰 폭 개선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의 끈을 더욱 단단히 조이게 된 한국 반도체 섹터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첫 순방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삼성 반도체가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으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과거 미 대통령 (2002년 조지 W부시, 2009년 버락 오바마,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 후 아시아 첫 순방지를 일본으로 향했던 것과 달리 한국의 삼성 반도체 공장을 선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번 방문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팹인 평택 공장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메모리, 비메모리) 공급망의 중심 축이 될 수 있는 점 △평택 P3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nm) 파운드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1세대 생산라인 가동이 시작돼 대만 TSMC와 기술 선도 경쟁이 가능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공장 방문에서 언급됐듯이 램리서치 등 미 반도체 장비 핵심업체와 공급망 협력 강화 등 3가지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한층 부각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비록 2분기 중국 봉쇄, 인플레이션, 러시아 사태까지 하반기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 요인이 있지만, 반도체 공급 증가도 제한적으로 전망돼 메모리 사이클 변동성이 한층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5년 만의 교체 수요 도래로 견조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선단공정 전환 가속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로 메모리 공급증가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략 변화를 통해 점유율 확대보다 당분간 수익성 위주의 정책을 펼치며 실적 개선 추세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