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스판덱스 최강 기술 보유…공격적인 글로벌 설비 투자
효성첨단소재, 에어백부터 탄소섬유까지…신소재·신시장 개척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가 효성그룹의 알짜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뛰어난 신축성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를 지녀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섬유보강재) 등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의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어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스판덱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약 33%)를 차지하고 있는
효성티앤씨(298020)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장 등의 포멀한 의류 구매가 줄어드는 반면 스판덱스 함량이 일반의류 대비 3배 이상 많은 레깅스 등 캐주얼 한 이지웨어(easy wear)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해외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의류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내수시장의 의류판매 증가도 스판덱스 수요의 폭발적 증가의 원인이다.
| ▲효성의 스판덱스 크레오라(creora®) 원사.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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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티앤씨 터키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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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티앤씨는 이같은 수요 급증에 지난해 터키 스판덱스 공장에 600억원을 투자해 올해말까지 2만5000t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브라질에도 400억원을 투자해 스판덱스 생산능력 1만t을 늘리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의 설비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효성티앤씨는 선제적·역발상적 투자로 초격차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효성티앤씨가 2008년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regen)’의 수요도 주목할만 하다. 리젠은 최근 아디다스, H&M 등 글로벌 유명 패션기업들도 친환경 섬유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는 등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 ▲효성의 친환경 섬유 ‘리젠제주’로 만든 티셔츠.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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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소재 시장 확대에 효성티앤씨의 실적도 괄목할만하다. 증권업계는 올해 효성티앤씨의 매출과 영업이익(컨센서스)이 전년대비 각각 20.1%, 128.5% 증가한 6조1993억원, 60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호조에 주가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3월 31일 1주당 11만500원이었던 주가는 1년 새 5배가 넘는 56만7000원(12일 종가기준)으로 수직상승했다.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섬유 등 자동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재뿐 아니라 수소차 연료탱크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를 제조하는
효성첨단소재(298050)의 성장세도 매섭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0% 정도로 도심을 누비는 자동차 2대 중 1대에는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가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글로벌 자동차와 타이어 업체들의 판매량 증가와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촉발한 자동차 부품과 소재 공급체인 등의 이상으로 고객사들의 재고 확보 수요가 거세지고 있어 효성첨단소재의 실적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효성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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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역시 견고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주가는 올해 1월5일 15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3개월여 만인 이날 현재 38만2000원(종가기준)으로 뛰어 올랐다. 증권업계는 올해 효성첨단소재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46% 급증한 18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코드 등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소재 부분에서의 성장 전망도 밝다. 자회사 GST글로벌이 생산한 ‘OPW(One-piece Woven) 에어백’이 내년부터 아마존의 완전자율주행차량인 ‘로보택시(robotaxi)’에 적용되는게 대표적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 연료 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인 ‘꿈의 소재’다. 2019년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이 열린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방문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조현준 회장은 “글로벌 톱3 탄소섬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t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내놨다.
| ▲효성 전주탄소섬유공장 전경.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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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첨단소재는 아울러 지난해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의 증설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 울산 아라미드 공장 생산규모를 연산 1200t에서 4000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첨단소재의 아라미드는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글로벌 수요가 올해들어 폭증하면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본격적인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