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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홍남기, 강력한 저항 직면하게 될 것”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4일 성명에서 “정부가 노동자 대표 조직인 노동조합과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고 직무급제 도입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불온한 꼼수이며 비난받을 행각”이라며 “공직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무급제 관련 질문을 하자 “공직에 대해서도 직무급제 도입이 과제”라며 “주로 4~6급의 중간 계층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직무급)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제가 인사혁신처와 (논의해) 조금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공무원 직무급제 도입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5급(사무관) 이상은 성과연봉제를, 6~9급은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6급 이하 실무직은 직무에 관계없이 근속연수가 쌓이면 매년 기본급이 자동 인상된다. 홍 부총리 발언은 과장·사무관·주무관 등 4급(서기관) 이하 직급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이데일리 3월3일자 <공무원 호봉제 ‘철밥통’ 깬다..홍남기 “4~6급 직무급제 도입”>)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역시 맞지 않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시사했다. 이후 기재부, 인사처 등 정부 내부에선 관련된 직무급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원욱 의원도 “(호봉제) 틀을 깨지 않으면 직무급제가 민간에서 활성화되기 힘들다”며 “정부에서 먼저 선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속도를 내겠다”며 공무원부터 호봉제 폐지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홍 부총리의 직무급제 도입 발언은 지난해 두 차례나 인사처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직무급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음’이라던 정부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주도하는 직무급제는 제대로 된 직무평가와 임금 정보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강행하고 있어 더욱 문제”라며 “임금으로 생존하는 노동자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졸속적 정책을 남발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의 업무는 직무를 측정할 정량적·정성적 계량이 불가능하고, 업무 특성상 상호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직무의 가치를 산정할 경우 이는 공무원 노동자 간의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직사회를 서열화해 권력 앞에 굴종했던 과거의 폐단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계 “공무원 호봉제, 임금 기득권”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직원,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무직(무기계약직)에 대한 직무급제 도입 논의와 함께 공무원 호봉제 폐지도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는 작년 11월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 및 직무급제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공공부문 공무직위원회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한다.
이병훈 공공기관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공공기관 호봉제 개편에 앞서 공무원 호봉제부터 논의하라’는 게 틀린 얘기가 아니다”며 “공무원 호봉제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공부문 임금 체계를 통합적으로 조율·협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면 전 인사처장은 “큰 성과가 없어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는 임금 기득권”이라며 “이 같은 연공급 보수 체계는 당장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은 승진을 못해도 버티기만 하면 매년 임금이 올라간다”며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호봉제 폐지처럼 인기 없는 개혁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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