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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우리가 선열의 큰 뜻을 이어받아 정의롭고 공정한, 하나의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평화와 번영의 신한반도체제로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백주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100년 전 일제의 총칼에도 주저하지 않고 비폭력 평화시위로 맞섰던 선열이 이루고자 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독립된 하나의 나라’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 3일 공식 출범한 백주년위원회는 국무총리와 한완상 전 통일·교육부총리를 공동 위원장으로 해 민간위원 81명과 정부위원 15명 등 총 98명으로 운영돼왔다. 이날 오찬은 백주년위원회의 그간 성과를 기억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마련했다.
이날 오찬에는 3대가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았던 정정화 여사의 손녀 김선현 여사가 참석했다. 임시정부 외무총장과 부주석을 지낸 김규식 선생의 친손녀 우사 김규식연구회 부회장 김수옥 여사와, 무장 항일운동을 한 김경천 장군의 손녀 김올가 여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100년 전의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의 뿌리이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모두 함께 독립을 외치며 이뤄낸 것이다. 성별과 계급,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함께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그간 한국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때라고도 봤다.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천명한 민주공화제를 진정으로 구현하고 일체 평등을 온전히 이루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특권의 정치가 이어지고, 번영 속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 또 다른 신분과 차별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우리 스스로 겸허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한 반성 위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의 길도 명확하다”며 “함께 이룬 만큼 함께 잘 사는 것이고, 공정과 자유, 평등을 바탕으로 함께 번영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완상 백주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폭력을 이기는 힘이 무엇인지 3.1운동 주체들에게서 이미 확인했다”며 “우리가 바라는 평화와 정의의 나라, 통일과 번영의 나라도 착함과 용기의 힘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3.1운동 정신의 핵심은 비폭력 평화의 동력”이라며 “3.1정신이 활짝 꽃피게 하려면 지난해 겨울 올림픽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흐름이 지금쯤 큰 강물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찬 행사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결과물이 선보였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은 ‘100주년과 여성독립운동’을 주제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만주 및 미국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여성 독립운동가 유물 1600여건 전수조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가의 생활상을 유추한 활동을 소개했다.
행사장에는 ‘쉽고 바르게 읽는 독립선언서’를 저자로 번역한 ‘독립선언서 점자본’과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독립운동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한 번역본(베트남어, 캄보디아어, 태국어, 키르기스스탄어)이 전시됐다.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회원 100명이 쓴 ‘100인이 이어 쓴 기미독립선언서’도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