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중견 터치스크린 생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총 1160억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받도록 알선해 각각 2억~4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금융브로커 최모(52)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곽모(41)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달아난 브로커 이모(71)씨 등 2명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 회사가 대출을 받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2000만원을 받은 산업은행 팀장 이모(50)씨와 금융감독원의 감리 무마를 약속하며 3300만원 상당을 챙긴 전 금감원 부국장 강모(58)씨를 각각 뇌물수수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한 대출담당자 소개를 대가로 금융브로커에게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로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모(6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사결과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금융브로커들을 통해 1110억원 규모의 대출(△산업은행 250억 △수출입은행 400억 △국민은행 280억 △농협 50억 △BS저축은행 130억)과 5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무역보험공사 50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2012년 2월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무자본 인수합병(M&A)를 당한 뒤 잇따른 횡령과 배임, 시세조종 사건 등으로 부실기업으로 전락해갔다. 무자본 M&A를 한 기업사냥꾼들이 부족한 인수자금을 이런 수법으로 마련한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 회사가 사채업자들에게 팔렸다는 풍문이 돌았다. 이 회사는 이런 풍문에 대한 답변을 지연 공시해 한국거래소에서 주식매매정지 처분을 받는 등 거액의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기업사냥꾼들은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일 맞춤형 전문브로커들을 대거 고용했다. 이들 브로커들은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정보 입수 및 리베이트 제공 △대출성공에 따른 로비성공 대금 수수 △컨설팅계약서로 위장 등의 수법으로 범행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브로커들과 국책은행 및 시중은행 직원들과의 유착 고리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범행에는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출심사 시스템도 한몫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이 은행의 대출심사 자료를 입수분석한 결과 국책은행 여신심사위원회의 의결은 전체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나 의결 없이 서류심사를 하는 등 형식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무보의 지급보증서는 실질적인 심의절차 없이 서면심사로 내부결재가 된 뒤 발급됐다.
무보 관계자는 “당시 50억원 보증은 은행이 공사에 제공한 출연금에 근거해 추천한 협약보증이며 현장방문 등 정상적인 실질심사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 내부자의 금품수수 등 비위사실이 확인된 경우다.
디지텍시스템스가 지난해 1월 결국 상장폐지되자 불법대출을 한 금융기관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이 회사의 미상환 대출금은 총 855억원.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218억원과 269억원의 미상환 대출금을 부실채권으로 자산관리회사에 매각했다. 수출입은행(220억원)과 무보(50억원), 농협(57억원), BS저축은행(41억원)은 회수를 포기하고 상각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대출 알선 범행은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하고 공공의 신뢰를 저해하며 금융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지속적인 엄단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대출과 보증 적정성 및 비위 유무 등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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