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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주주제안서 보니 '적대적 M&A' 보단 '주가올리기(?)용'"

김유성 기자I 2015.02.06 17:23:31

넥슨, 주주제안서 공개하며 최대주주 권리 행사 요구
엔씨, 투자 목적에서 경영참여로.."뒷통수 맞았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소강상태였던 넥슨과 엔씨소프트(036570)간 경영권 분쟁이 넥슨의 주주제안서 공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넥슨의 경영참여 선언이후 지속된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던 양측이 넥슨의 자료공개로 인해 다시한번 위기를 겪고 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이 주주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내용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는 내용보다는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부양’을 위한 카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대화국면을 이어가던 양측의 갈등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넥슨 “재무적 자원 주주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 ”

넥슨은 6일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보냈던 주주제안서를 공개하고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넥슨이 이날 공개한 주주제안서에 따르면 넥슨은 자사 선임 이사 후보를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추천할 수 있다. 자사 계열 임원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넥슨은 엔씨소프트 실질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도 요구했다. 주주들의 전자투표제 도입도 요구했다. 이는 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주들의 구성과 지분 보유액을 파악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넥슨 측은 엔씨소프트의 주주로서 이같은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넥슨 측은 이같은 요구 답변 시한을 10일까지로 정했다. 넥슨은 답변 시한과 상관없이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현금성 자산에 대한 주주 환원, 외부 업체들과의 사업 협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넥슨은 주주제안서를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표명했다. 넥슨은 제안서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2014년말 주당 배당금을 증액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아직도 귀사가 보유한 재무적 자원을 주주들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부동산 매각도 요구했다. 넥슨은 서울 삼성동 소재 3만914㎡의 엔씨타워 등 장부가액 2442억원에 달하는 보유부동산 매각을 요구했다.

주목할 점은 넥슨이 적대적 M&A 시도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제안서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되는 김택진 대표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정기주주총회일 또는 임시주주총회일 이전까지 엔씨소프트 이사에게 발생한 임기만료, 사임, 사망, 결격사유 발생 등으로 후임 이사를 선임할 경우 신규 이사를 넥슨 측에서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엔씨소프트 “대화국면 진정성 훼손 아쉬워”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이 ‘본색’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의 경영 참여가 전제돼 있었다면 자사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넥슨에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2012년 6월 당시 엔씨소프트 주가는 주당 26만8000원이었지만 25만원에 넥슨으로 매각했다. 기업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인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붙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엔씨소프트는 또 “넥슨의 의견제시는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악용한 것”이라며 “대화를 불가능한 상태로 이끌고 있다”고 했다.

넥슨이 요구한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 엔씨소프트 측은 일단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넥슨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엔도어즈 사례처럼 넥슨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소액 주주 지분을 강제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엔씨소프트 측은 현금 자산 운용 수익률보다 높은 임대 수익을 얻고 있는 안전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삼성동 사옥은 공실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양질의 부동산”이라며 “은행금리보다 높은 6~7%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우량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반 동안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넥슨 측의 주장도 반박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핵심 고객층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회사간 철학·문화의 차이 뿐만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며 “무조건적인 사업 협력은 실패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주주제안서 공개는 이미 3일 송부 당시부터 엔씨소프트 측에 공지한 사항”이라며 “양사간 대화의 노력을 계속 할 것이며 감정적인 싸움으로 비화되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적대적 M&A 보다는 주가부양용 카드(?)

금융·투자업계는 넥슨의 주주제안서 공개가 주가부양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택진 대표이사를 교체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이사들 교체시 이사 추천을 제안했지만 현재 7명의 등기이사 중 결격사유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거나 퇴임 의사를 밝힌 이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의 배당을 요구하고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도록 제안한 점을 감안하면 ‘주주가치 극대화’를 제안했던 칼 아이칸 펀드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시각도 흘러나왔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게임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주가치 극대화만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던 게임업계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양측이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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