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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발,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업가치 대변화...동국제약 ‘안정’·지투지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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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I 2025.12.04 10:35:02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약개발사 펩트론(087010)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수출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내달 관련 제약·바이오사의 기업가치도 대폭 변화할 것으로 예고된다. 성공의 과실은 일정 부분 함께 나눌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관련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진=게티이미지)




◇펩트론, 일라이 릴리와 기술수출 여부 이르면 내달 확인

25일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이 지난해 10월 일라이 릴리와 맺은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의 결과가 이르면 내달 나온다. 당시 계약기간이 14개월로 내달 7일이면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펩트론의 주가는 계약이전 5만원 내외 수준에서 최근 40만원 안팎까지 도달한 바 있다. 기술수출 기대감에 지난 20일 사상 최고가인 39만 2500원까지 찍었으며, 최근 조정장에 들어갔다.

펩트론의 기술수출 가능성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단 50% 이상을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펩트론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본다. 기술수출 기대감이 회사가치에 이미 충분히 반영돼 성공했을 때보다 하락했을 때 주가 등락 폭이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시가총액 대비 펩트론의 공매도 순보유잔고금액 비중은 일라이 릴리와 계약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해 10월 0.25%에서 지난주 3.08%까지 뛰었다. 시가총액 대비 펩트론의 공매도 순보유잔고금액 비중이 3%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순보유잔고금액 비중은 공매도 세력이 해당 회사가치의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보통 3%부터 주의 구간으로 분류된다”며 “투자 시 큰 이벤트 발생 전에 참고해야 할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투자시장에서는 펩트론과 일라이 릴리 계약의 본질인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반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했을 경우 양사의 계약 성사시 얻을 이득이 더 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관련 국내 선도 기업인 동국제약(086450), 펩트론 출신 연구진이 세운 지투지바이오(456160), 일라이 릴리 경쟁사와 기술수출에 성공한 인벤티지랩(389470) 등이 있다.

일단 최악의 경우 펩트론이 기술수출에 실패한다고 해도 장기지속형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은 비만치료제 덕분이다. 2030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은 필수적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제품은 2주에 한 번 주사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적용하면 해당 기간을 3개월까지도 늘릴 수 있다.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는 “비만치료제 효과는 상향 평준화된 상태로 향후 핵심 경쟁력은 편의성과 가격이 될 것”이라며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은 일반인들의 접근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출신 바이오 투자 전문가인 그는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업 투자 시 안정을 추구한다면 동국제약, 고수익·고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면 지투지바이오, 잠재력을 본다면 인벤티지랩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한다. 장기지속형 플랫폼의 수익화 여부가 결국 기업가치의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펩트론을 비롯한 이들의 장기지속형 플랫폼의 핵심은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이다. 미립구는 크기가 수에서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단위의 미세한 구형 입자를 뜻한다. 이를 기반한 약물전달체(DDS)는 약효 지속시간을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고분자가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며 약효 성분이 일정 기간 일정한 양으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고함량 약물의 안정적 탑재, 약물의 생체이용률 향상도 특장점이다.

(사진=펩트론)




◇수익 실현한 동국제약 상대적으로 저평가·인벤티지랩 개별 이슈 남아

이 같은 기술의 국내 선도 기업으로는 동국제약이 있다. 국내에서 미립구 기술로 제대로 된 매출까지 내는 기업은 동국제약이 유일하다. 1990년대 처음으로 기술을 도입해 확보한 매출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향후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동국제약은 미립구 기반 DDS(DK- LADS) 고도화를 바탕해 투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컴플렉스 제네릭’과 개량신약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컴플렉스 제네릭 분야에서는 전립선암, 말단비대증 등 시장 규모가 크고 기술 장벽이 높은 치료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개량신약 분야에서는 비만치료제로서 세마글루티드, 면역억제제로서 타크로리무스 등의 장기지속형 제제 의료적 미충족 수요를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일부 파이프라인은 해외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추가 임상 진입도 앞두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2026년 신규 장기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데포주’ 1개월 제제, 2027년 로렐린 3개월 제제 등을 지속적으로 상업화할 것”이라며 “ 2~3개월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투지바이오는 펩트론의 기술수출 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펩트론과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인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와 설은영 부사장은 각각 펩트론의 연구소장,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재직할 당시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으로 펩타이드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지투지바이오는 핵심기술을 두고 펩트론과 법정 다툼을 했을 정도다. 현재 독자적인 약물 전달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이노램프’(InnoLAMP) 등의 경우 복수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와 기술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펩트론의 기술 가치가 입증되면 함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법정 분쟁을 최악으로 끌고 가지 않은 데는 최호일 펩트론 대표와 이 대표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동문 출신으로 과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한몫했다”며 “기술 유사성 등으로 인해 지투지바이오는 펩트론과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고, 향후 기술수출 여파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벤티지랩은 펩트론과 관계없이 자체 기술수출 이슈로 향후 기업가치가 변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베링거 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플랫폼 공동연구가 대표적이다. 인벤티지랩은 지난해에 이어 최근 베링거 인겔하임과 두 번째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인벤티지랩의 플랫폼 기술이 적용될 베링거 인겔하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물질 모두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1조 5000억원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홍 대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편의성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만큼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업은 앞으로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이 가운데 펩트론의 기술수출 여부는 향후 관련 기업의 가치 등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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