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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사가 원하는 각종 비메모리 기능이 탑재된다.
베이스 다이는 HBM에서 1층 받침대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HBM은 1층 베이스 다이 위에 D램을 여러 단 쌓은 뒤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식으로 만들고 있다. 그 옆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치한 뒤 패키징해 AI 가속기가 탄생한다. 이때 베이스 다이는 HBM과 GPU를 단순히 연결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HBM4에 쓰이는 베이스 다이는 단순히 GPU와 HBM간 연결을 넘어 고객사가 요구하는 연산 기능 일부도 맞춤형으로 들어간다. 제조 구조도 바뀐다. 기존과 달리 HBM이 GPU 옆이 아닌 위에 위치한다. GPU 상단에 베이스 다이를 놓은 뒤 그 위에 D램을 여러 단 쌓는 방식이다. GPU와 HBM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베이스 다이의 연산 처리, 제조 방식의 변화는 모두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업계에선 HBM4부터 바뀌는 베이스 다이 역할에 따라 설계와 파운드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BM과 베이스 다이의 호환성은 물론 베이스 다이가 직접 연산을 일부 맡는 만큼 메모리와 비메모리 경계가 사라지는 제품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종합반도체 삼성 vs SK·TSMC 연합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모두 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베이스 다이와 HBM의 설계부터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 꼽는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베이스 다이 제조에 4나노미터(nm)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4나노는 수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에 쓰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 역시 4나노 공정으로 만들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4나노 공정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HBM4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엑시노스를 설계한 게 이 사업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설계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경험이 이미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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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강점은 파운드리 1위 기업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61.7%다. 삼성전자의 경우 11.0%다. 두 회사 격차는 50.7%포인트에 달한다.
TSMC는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칩을 제작한 노하우가 풍부한 만큼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원활히 진행할 것이란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선 TSMC가 제조하는 베이스 다이와 SK하이닉스 HBM이 최적화하는 데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1위 TSMC와 협업한다는 이점이 SK하이닉스의 큰 강점이고 고객사들도 이를 높게 살 것”이라며 “HBM과 베이스 다이간 호환성 확보가 과제는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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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4에서 확실히 판을 흔들 기술력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BM4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복합적으로 연관되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HBM4에서도 밀리면 파운드리, 설계뿐 아니라 메모리 역량까지 뒤지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4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경계가 모호해지는 제품”이라며 “삼성으로선 HBM4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까지 잘 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