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에서 6세 아이 수습, 잊지 못해...마지막 한 분 못 찾아 송구”

최정훈 기자I 2019.08.14 12:00:00

헝가리 참사 출동한 소방청 국제구조대 인터뷰
“끝내 한 분 발견 못해 송구…안타까움 말로 표현 못해”
빠른 유속·모기떼·폭염…어려운 구조 환경에 최선 다해
대원 안전 확보 최선…“헝가리 정부와 현지 교민에 감사”

13일 세종시 소방청사에서 헝가리 참사에 출동했던 국제구조대원 6명이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소방청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선체를 인양할 때 남은 실종자 7분이 모두 안에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인양된 배 안에서는 단 3분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6세 아이와 할머니도 배 안에서 나란히 발견했습니다.”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號)가 인양되던 지난 6월 11일. 현장 수색을 맡았던 국제구조대 이재칠 소방위는 “선체가 인양될 때 배 안에 남아 있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움직였을 수도 있지만 아이와 할머니는 같은 방향으로 발견돼 같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헝가리 참사가 발생한지 76일이 지난 13일, 실종자 수습을 위해 출동했던 소방청 국제구조대가 모였다. 현지시각으로 5월 29일 사고 발생 후 다음날인 5월 30일에 출동한 구조대는 지난달 30일까지 1진과 2진으로 나뉘어 62일간 헝가리 현지에서 수습 활동을 벌였다. 구조대는 실종자 18명을 수습했고 1명을 남겨둔 채 정부 신속대응팀 철수와 함께 귀국했다.

◇“끝내 한 분 발견 못 해 송구…안타까움 말로 표현 못 해”

국제구조대는 먼저 실종자 한 분을 찾지 못한 채 귀환해 송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국제구조대 2진 대장이었던 김승룡 소방정은 “해외에 있는 국민을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국제구조대가 출동한 건 처음인 만큼 실종자를 찾기 위한 사명감과 의지가 강했다”며 “전체 실종자 26명 중 25명을 수습했지만 결국 남아 있는 국민 한 분을 찾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1진 대장인 부창용 소방령도 “우리 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진행했고 초기에 실종자 12명을 수습했을 땐 모두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했다”며 “배 안에 남아 있을 거로 생각했던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을 땐 안타까움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사고 직후 급파된 구조대는 사고 발생 이틀 후인 5월 31일 헝가리 현지에 도착했다. 이후 1진은 12명은 6월 25일까지 2진 12명은 6월 2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구조대는 수상수색 410회와 수중수색 14회 헬기 수색 86회 등 구조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급박한 출동에 속옷 같은 개인용품을 챙길 시간도 없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전 대원이 쉬지도 않고 수색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소방청 국제구조대가 헝가리 참사 당시 현장 구조대 활동하는 모습. (사진=소방청 제공)
◇빠른 유속·모기떼·폭염…어려웠던 구조 환경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실종자 수색 환경은 열악했다. 특히 다뉴브 강은 유속도 빠른데다 물도 탁해 어려움이 컸다. 당시 선체인양을 위한 잠수작업을 진행한 박성인 소방장은 “수심이 8m 정도 였지만 유속이 빨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었다”며 “랜턴을 키고도 시야는 50cm도 안되고 공기를 공급해주는 생명줄도 사고 잔해에 위협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224km에 달하는 강 가장자리를 도보로 수색할 때는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소방정은 “다뉴브 강 가장자리는 수풀지역이라 모기떼가 극성이라 온몸에 모기퇴치제를 뿌리면서 활동을 진행했다”며 “물이 빠져나간 구간 진흙 뻘과 경사진 돌무더기를 수색할 때는 체력 소모도 극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헝가리는 기온이 35도로 치솟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때 구조대는 실종자를 찾으면서 부패한 시신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조성태 소방경은 “실종자를 수습하면서 우리 국민인지 헝가리인인지 살펴봐야 했는데 이때 마주한 시신들은 부패 정도가 컸다”며 “특히 후각적 트라우마는 아직도 남아 비슷한 냄새가 나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고 전했다.

◇대원 안전 확보 최선…“헝가리 정부와 현지 교민에 감사”

구조대는 대원의 안전 확보에도 최선을 다했다. 매일 현장에 도착하면 측정장비로 수심과 유속을 측정했고 수중 작업을 해야할 경우에는 투입 전에 중간 측정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수색활동도 2인 1조로 팀을 구성했고 매일 대원의 신체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부 소방령은 “헝가리 측이나 한국 측 모두 구조대원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헝가리 참사 구조 활동은 구조대가 수난 사고를 당한 해외 자국민을 직접 구조하는 유례없는 활동이었다. 이에 앞으로 비슷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수난, 항공기, 지진 등 재난 유형별로 장비나 인원을 세분화하고 신속한 출동을 위해 군 수송기 활용도 확대할 방침이다.

구조대는 이어 헝가리 정부와 현지 교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김 소방정은 “헝가리 구조팀은 매우 신중했고 적극적이었다”며 “헝가리 수색팀이 아침마다 수색구간에 대한 협조 사항을 브리핑하기도 하고 구조대가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부 소방령도 “대사관의 노력에도 통역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현지 교민들이 수색헬기에 같이 탑승하기도 하고 헝가리 수색견 탐색 때도 먼저 나서 통역을 해주셔서 수색 초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13일 세종시 소방청사에서 헝가리 참사에 출동했던 국제구조대원 6명이 합동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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