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 CEO “한국 저비용항공사 요금 비싸다” 쓴소리

이소현 기자I 2018.12.14 17:40:38

“국내 신규 LCC 설립, 외항사 진출 막지말고 경쟁해야”
페르난데스 CEO 자서전 ‘플라잉 하이’ 한국어판 출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 그룹의 토니 페르난데스 CEO(최고경영자)가 국내 LCC의 항공운임이 비싸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 항공시장이 발전하려면 신규 LCC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능력 있는 외항사의 진입을 막지 않고 경쟁해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플라잉 하이(Flying High)’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며 “국내 항공시장을 뒤집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페르난데스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LCC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경쟁사들의 항공 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LCC의 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에서 LCC라고 불리는 항공사들의 문제는 바로 요금”이라며 “김포~김해 노선 등 국내선을 보면 사실 LCC 요금이 기존 대형항공사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페르난데스 회장은 “제주항공은 견실한 항공사이고, 잘하고 있다”면서도 “그에 비해서 요금은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형항공사(FCS)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서 LCC들의 항공운임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LCC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6개 LCC가 있다.

특히 항공 운임도 합리적이지 않고, 관광객 수 대비 항공기수가 적은 한국 항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경쟁체제 구축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항공업계 논란인 신규 LCC 진입과 관련해서는 찬성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에 신규 LCC가 생기면 더 좋다”며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규 LCC 면허 획득에 도전 중인 ‘에어로K’ 배후에 에어아시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에어로K와 그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항공시장의 개방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보다 뛰어난 외항사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일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에어아시아의 경쟁력으로는 250대의 항공기를 단일기종으로 운영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해 수익성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에어아시아의 강점으로 열린 문화를 소개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며칠 전 에어아시아 본사에 한국사람들이 있어서 봤더니 대한항공 직원들이 연수차 방문한 것이었다”며 “에어아시아가 그만큼 경쟁에 열린 자세를 가진 것으로, 경쟁해야지만 더 나은 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르난데스 회장의 자서전 ‘플라잉 하이’는 지난해 11월 영문판 출간에 이어 지난 13일 한국어판으로 공식 출간했다.

책에는 조종사, 레이싱 선수, 축구선수를 꿈꾸던 그가 항공사를 설립하고, 포뮬러 원 팀과 영국 축구 클럽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구단주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사업 철학, 삶의 전환점 등 인생 여정에서 얻은 교훈들이 담겨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파산 위기이던 에어아시아를 2001년 인수해 비효율적인 관행을 바꾸고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해 항공료를 낮추는 등의 전략으로 에어아시아를 아시아 최대 LCC로 키웠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세상에 바보 같은 꿈은 없으며 단지 우리가 포기하는 꿈만 있을 뿐이니, 내가 증명했듯 누구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꿈과 노력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현재 26개국 130여개 도시에 취항해 320여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취항해 현재 인천과 부산, 제주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방콕(돈므앙), 필리핀(마닐라, 세부, 칼리보) 등으로 운항하는 노선에서 주 84회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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