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임원인사가 빨라도 다음 달 초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연말쯤 정기 임원인사를 시행한데다 임원들의 임기만료 시점이 다음 달 8일이었기 때문이다. 늦어진다면 내년 초 예정된 지주전환 시점과 맞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원 교체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다수였다. 지주전환을 앞두고 조직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봐서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임원 임기가 만료되기도 전인 지난 29일 9명의 부행장 전원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지주사 체제가 시작되기도 전인 내정자 신분으로 지주인사까지 확정했다.
손 행장이 세간의 예상을 깬 인사를 단행한 배경으로 지주사를 조기 안착시키면서도 조직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세대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임인 이광구 전 행장의 흔적을 지우면서 손태승 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가 크다.
또 지주사 체제가 안착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직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가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이 지주회장에 내정되며 가장 강조했던 점이 지주사 조기 안착”이라며 “지주 출범 전 준비를 마치려면 조기 임원 인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손 내정자가 예상보다 빨리 결정을 내린 것은 조직 안팎의 잡음을 제거하려는 의도도 섞여 있다. 통상 인사시즌을 앞두면 조직이 느슨해지기 십상인데다, 외풍(外風)차단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다.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앞서 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인사를 앞두고 설(說)이 많은 조직”이라면서 “정부의 입김이나 외부의 간섭을 줄이려면 한발 빠른 인사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략기획통이나 글로벌 전문가들이 대거 승진한 것도 특징이다. 앞으로 자회사나 후속 인사에서 손 내정자의 스타일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임원으로 ‘영업통’을 중용해왔다. 수익 측면에서도 영업이 중요하고, 계량적 숫자로 성과를 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내정자는 은행 고위임원은 영업통과 더불어 전략이나 재무회계에 능통한 인물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지주전환 밑그림을 그렸던 전략통 이원덕 상무와 최동수 상무를 각각 부행장과 지주 부사장으로, 글로벌그룹을 이끈 박경훈 상무가 지주 경영기획본부 부사장으로 중용했다.
우리은행 한 사외이사는 “손 내정자가 앞으로도 전략이나 글로벌 부문, 재무·회계 쪽 인물을 임원 후보로 키우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은행 임원이 자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