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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납북 피해자 사례까지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북일관계 정상화 역시 북한의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임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정세 급변 국면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이른바 ‘재팬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납치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북한과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싶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일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납치문제를 놓고 담판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우리는 납치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아베 정부에서 이는 최우선 순위다”며 “납치문제를 풀기 위해 일본은 북한과 직접 회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겠다는 내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시간 북한의 납치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하면서, 납치 피해자인 13세 소녀 요코타 메구미의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니가타라는 아름다운 항구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살았던 13세 소녀가 납치돼 납북됐다. 그동안 가족들은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기다렸는데, (벌써) 45년이 지났다. 부모는 늙었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그녀와 모든 납치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와 부모 품에 안기도록 하는게 일본인들의 오랜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메구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77년 학교에서 배드민턴 연습을 마친 뒤 귀가하다 해변에서 실종된 인물이다. 지난 2002년 북일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납치 사실을 시인한 뒤 관련 사안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메구미는 북한에서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심각한 산후 우울증을 겪다 1994년 자살한 것으로 발표됐다. 북한은 2004년 그녀의 유골을 일본에 넘겼다. 하지만 일본 측의 감정 결과 이 유골이 타인의 것으로 드러나며 아직 생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날 메구미의 사연까지 거론하게 된 것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올리기 위해서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자국에서 사학 스캔들 논란에 휩싸인데다 ‘재팬 패싱’ 우려까지 겹쳐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다급하고 절박해진 그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카드로 메구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납치문제에 대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세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납치된 13세 소녀의 모친과 만났고,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납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며 “일본인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인이 납치 이슈의 해결을 위한 이해와 지지를 보내준 데 감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를 매우 강력히 주장했고 나도 그의 의사에 동의한다. 북한과 납치 문제를 반드시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간다면,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협력을 실시할 용의가 있다”며 “일본은 가능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