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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사히 "박근혜 정권, 北김정은 암살 계획도"

김형욱 기자I 2017.06.26 15:24:40

“국정원 작성 ‘명랑보고서’에 대통령 서명” 주장…국정원 “사실무근”

김정은(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으로 만든 과녁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언론이 박근혜 전 정권이 2015년 말 이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암살을 고려했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6일 이전 정권의 대북 정책을 잘 아는 복수의 관련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김정은을 사고로 위장해 암살하는 내용까지 담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명랑(明朗)보고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정은의 은퇴나 망명, 암살 등 정권 교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 문제에 직접 개입했을 때의 파장을 우려해 김정은이 탄 자동차나 열차, 수상스키 등에 손을 데 사고로 위장하는 방법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삼엄한 경계에 실현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박 정권은 원래 남북 대화에 의욕적이었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 정권은 대결 노선을 서두르던 국정원을 제어해가며 북한과의 대화에 의욕을 보였다. 인도지원과 대화 등을 통해 신뢰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이듬해인 2014년 3월 독일의 연설에서 다양한 남북협력사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5년 여름께 비무장지대의 목함지뢰 폭발 사건으로 고조됐던 긴장을 남북합의로 완화한 데 대해 박 정권은 자체 성과로 여겼다. 이듬해 1월엔 금강산 관광 사업을 주도한 현대아산 관계자의 방북도 추진했다.

그러나 그해 말부터 박근혜 정권은 강경 노선을 걷게 됐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미온적이었다. 2015년10월엔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북한이 이를 전후로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게 갈등을 부추겼다. 전 세계적인 대북제재 움직임이 커졌다. 미국도 강경 노선이 불가피했고 우리도 대화만 강조할 순 없었다. 결국 같은해 12월로 예정된 남북 당국자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은 때마침 2016년 1~9월에 연거푸 핵실험을 실시했다. 남·북한의 대립구도는 더 선명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국정원의 보고서에 서명하게 됐다는 게 아사히의 설명이다.

아사히는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북 정권 붕괴를 암시하는 정보를 집중적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국정원이 원래 북한 정보기관과 비밀 접촉을 이어왔으나 2011년 초 핵심 인물인 류경 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부부장이 숙청된 걸 계기로 강경해졌다고 부연했다. 국정원은 결국 2016년 7월 국회에서 김정은이 습격 걱정에 못 이긴 나머지 불면증에 걸렸다고 보고했다. 또 같은 해 10월엔 북한 지역 당 기관이나 주민들이 전기·물 부족으로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표정을 밝게(명랑하게) 만들 내용이란 뜻의 명랑보고서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아사히의 주장이다. 박근혜는 그해 10월1일 연설에서 탈북을 부추기며 북한을 자극했다. 이 기간에도 일부 전문가는 “북한 고위 관료들은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결속돼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부분 묵살됐다고 전해졌다.

국정원은 연합뉴스를 통해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관계자 역시 어느 정부에서나 이를 구상할 순 있지만 정식 문서나 정책으로 구체화해 대통령이 사인한 일은 없다며 전쟁을 상정한 유사시 작전 계획을 부풀리거나 와전한 얘기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 정책을 전환해 과거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후반의 대북 강경 정책이 올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대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문재인 대통령 정권이)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와 어디까지 보조를 맞출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공산당 위원장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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