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정다슬 이도형 기자] 그야말로 ‘메가톤급’ 폭탄이 터졌다. 6·4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돌연 사퇴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깜깜이’ 국면으로 접어들어 판세예측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역별로 많게는 30% 이상 나오는 무당파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與도 野도 아닌’ 무당파 표심 최대변수
매일경제와 매트릭스가 지난 23~25일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0%)를 보면, 무당파는 17.1%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31.2%)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50.6%)간 지지율 차이는 19.4%포인트였다. 여론조사상 박 후보에 유리한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판세를 속단하긴 이르다. 오차범위를 감안한 8%포인트 차이에다 무당파 17.1%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어서다.
JTBC와 아이디인큐의 지난 22~23일 서울시장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7%)는 무당파가 22.9% 비중이었다.
서울은 그나마 무당파가 적은 편이다. 서울과 함께 수도권 ‘빅3’로 분류되는 경기·인천은 여론조사별로 많게는 30% 이상의 무당파가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99%)에서는 무당파가 무려 34%였다.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각각 33.6%, 29.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온전히 무당파의 향방에 의해 좌우되는 초박빙 판세인 것이다. 매일경제와 매트릭스의 23~25일 경기지사 여론조사에서도 무당파는 27.8%로 집계됐다.
인천시장 선거도 비슷하다. YTN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6%)에 따르면 무당파는 30.1%였다.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30.2%)와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37.6%)간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수도권 외 관심지역도 마찬가지다. 매일경제의 최근 충북지사 여론조사를 보면, 윤진식 새누리당 후보와 이시종 새정치연합 후보는 각각 32.3%, 39%로 오차범위 내 박빙이다. 여기에 무당파가 26.6%다. 서울신문의 최근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도 무당파가 24.7% 수준이었다. 초접전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35.1%)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34.1%)간 판세는 더욱 안갯속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하루이틀 전에 어떤 변수가 터지느냐에 따라서 무당파의 민심이 확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 여론조사는 선거 공보물은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거다. 이번 주말쯤 돼야 읽어본다”면서 “현재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판단이 100%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靑 인선 막판 변수로‥투표율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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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 27일 비(非)경제부총리의 신설 계획을 돌연 밝힌 것도 주목된다. 지방선거 전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도 주요 변수다.
역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소 달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가안보실장·국정원장의 인선에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에 따라 개혁에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여권에 유리한 구도다. 반면 홍형식 소장은 “청와대 인선은 이미 한발 늦었다. 국민들은 시스템의 변화를 바랐는데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타이밍을 놓친 최선보다 타이밍을 맞춘 차선이 훨씬 나은데, 타이밍을 놓쳐 최선이 아닌 카드를 냈으니 민심이 잡히겠느냐”고 분석했다.
세대별 투표율도 변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자녀를 둔 이른바 30·40대 ‘앵그리맘’들의 표심이 특히 주목된다. “캐스팅보트는 ‘노무현 칠드런’인 30·40대가 아니라 20대의 표심”(홍형식 소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처음 실시되는 사전투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투표율이 판세에 있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면서 “사전투표가 젊은층의 투표율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되면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