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공현중 교수(서예찬 연구원, 정서이 연수생)와 신경외과 김치헌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5년 7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경추척수증으로 수술 받은 환자의 신경기능 회복 상태 등 임상정보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경추척수증은 경추(목뼈) 부위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상되는 질환으로, 손 움직임이 어렵거나 걷기 힘들어지는 등 운동신경·감각신경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척수신경이 지나는 부위(후궁)를 열고 압박을 풀어주는 ‘경추후궁성형술’을 실시한다. 이 수술 후 모든 환자는 예후를 추적 관찰하기 위해 수술 후 1년 동안은 수개월에 한 번씩, 2년부터는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외래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경기능을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환자는 정기적인 외래진료가 불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이처럼 예후가 좋은 환자는 불편감을 잘 느끼지 않기 때문에 외래진료에 노쇼(No-show)하는 문제도 생긴다.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병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맞춤형 추적 관찰 일정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예후가 좋은 환자를 미리 선별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팀은 경추척수증 환자 80명의 수술 후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장기 예후를 예측하는 AI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성별, 연령, BMI, 합병증, 수술 전후 신경기능 등의 변수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하고, 수술 2년 후 신경기능 회복상태를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환자의 신경기능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JOA 점수(일본정형외과학회점수)’로 측정했으며, 17점 만점에 14.25점 이상이면 신경기능이 잘 회복돼 예후가 좋은 상태로 간주했다.
성능 분석 결과, 머신러닝 모델의 민감도, 특이도, 정확도는 각각 97%, 88%, 94%였다. 특히 AUROC(곡선아래면적) 수치는 0.90으로, 이는 예후가 좋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높은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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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예측에 대한 각 변수의 영향을 SHAP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수술 12개월째 JOA 점수’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수술 6개월·1개월·3개월째 JOA 점수 ▲BMI ▲수술 전 JOA 점수 ▲성별 ▲연령 ▲MRI 뱀눈징후 ▲수술 전 보행상태 등의 순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추가적으로 2020년 9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수술 받은 환자 22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 모델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AUROC 0.86으로 우수한 성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김치헌 교수(신경외과)는 “이번 연구를 통해 경추척수증 진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며 “AI로 예측된 예후가 좋은 환자는 병원 방문 빈도를 줄이는 등 최적화된 일정으로 진료 받을 수 있어,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의학 정보학 및 의사 결정(Medical Informatics and Decision Making)’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