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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 불발에 대해 대통령실은 “APEC은 2박3일 기간동안 일정이 매우 촘촘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해결할 현안이 있어서 만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짧지만 시진핑 주석과 조우해서 덕담을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한국의 이분법적 외교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현안 관리가 우선적으로 해소됐기 때문에 한국을 만날 요인은 적었다”며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성의를 보고 양자관계 개선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과 교수는 “지난달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완화한 이후에 한국의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중국에게 골치아픈 반도체 문제가 해결됐으니 한중 관계개선에 관심이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시진핑과 윤 대통령의 만남이 필요한데 외교장관회담을 통해서는 해결될 게 없다”며 “중국과 교환할 아젠다가 없는 동시에 우리가 미일 중심 외교를 하는 상황에서는 한중 관계는 당분간 답보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 가능성도 낮게 봤다. 이 교수는 “중국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 내년 한국 총선까지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중국은 당대회 개최 등 핑계로 정상회의 개최를 미루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에 끌려가기 보다는 우리가 한중 관계 개선의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강경하게 한중일 정상회의를 내년으로 미루자고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탈북민 강제북송 등 건에 대해 중국의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중국이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냉전 외교에 중국이 동참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희생하지는 않겠지만, 한국과 관계는 의외로 중국판 전략적 인내를 진행하는 관리 모드로 돌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