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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수감 중인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사면 가능성을 내비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규제 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정부가 사전 교감 하에 연말 특별사면 등을 염두에 두고 여론 조성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경환·황교안 “기업인 가석방·사면 검토해야”
최 부총리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인 사면을 검토해야 한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인들이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투자 회복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입장에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구속상태에 있으면 투자 결정을 하는데 지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인이라고 가석방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해, 유죄 판결을 받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가석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최 부총리와 황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금껏 ‘무관용주의’를 내세웠던 정부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 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태원·이재현·이호진 등 수혜 볼 듯
이 같은 정부 기조는 집권 후에도 유효했다. 기업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특혜성 가석방이나 사면·복권에 대해 불허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 하에 지난해 7월에는 가석방심사위원회까지 통과한 모범수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을 최종 불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어느 정도 정부의 기류가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수감된 대기업 총수들을 선처해서라도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연말 특별사면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부내 사전 교감 하에 ‘여론몰이’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실제로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사면을 추진한다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태광그룹 회장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회삿돈 횡령으로 4년형을 받고 1년 8개월째 수감 중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형이 확정될 경우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등도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