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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 필리핀 '아라우부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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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기자I 2014.06.24 18: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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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등 29개 수리… 평균 1주일에 한 곳씩 재건
"한국군의 성실한 재건 임무에 현지인들도 감동 받아"

6·25 전쟁 6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레이테주 타크로반시 아라우부대에서 한국전 참사용사 초청 행사가 열렸다. 태풍 피해 복구와 재건 업무를 띠고 현지에 파견된 아라우부대 한국군 장병들이 행사가 끝난 뒤 참전용사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행사가 열린 강당 벽면에는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필리핀 타클로반=이데일리 최선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4시간 20분의 비행 끝에 지난 23일 오전에 도착한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 공항. 이 공항은 1층짜리 건물에 열악한 모습이었다. 녹이 슨 시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얹혀 있는 지붕까지. 출발 전 생각했던 공항의 모습보다 훨씬 낙후돼 있었다.

여객기가 도착한 뒤 연결되는 탑승 계단 차량은 높낮이 조절조차 되지 않았다. 여객기 출구보다 70㎝는 높게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여객기의 한 남성 승무원은 “이렇게 열악한 곳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선 듯 섭씨 36도의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도 공항 앞에는 필리핀군 중부사령부와 최초 파병된 아라우(ARAW)부대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부대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군 관계자는 “처음에 왔을 때 이 공항 건물은 지붕이 없었다. 태풍 때문에 날아가 버렸다”며 “우리가 이곳부터 복원하려 했으나 필리핀 정부의 예산이 책정돼 있었다고 해 직접 수리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탑승 계단 차량이 높아 비행기 출구와 높낮이가 맞지 않을 정도로 타클로반 공항의 시설은 열악했다. (사진=최선 기자)
차량의 양쪽 창문으로는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흔적들이 6개월이 지나도록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뿌리가 뽑힌 채 뉘어 있는 나무, 텐트로 만든 임시 주택촌이 양 길가에 자리 잡았다. 일부 주택촌에는 UNHCR(유엔난민기구)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유엔이 지원한 텐트 마을이었지만 난민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 마저도 상당히 개선이 된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한참 달리다보니 레이테주 동부에 위치한 ‘아라우 부대’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회색 컨테이너 건물 수십 채가 들어서 있다. 집단 컨테이너 촌이다. 아라우 부대는 지난해 12월 28일 타클로반에 주둔을 시작했다. 주둔 이후 아라우 부대는 현지의 학교와 병원, 경찰서, 법원, 의회, 양로원 등 평균 1주일에 한곳의 재건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레이테주 팔로(221㎢), 타나완(78㎢), 톨로사(23㎢) 지역을 대상으로 29곳의 건물을 수리 보수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유엔이 지원한 필리핀 집단 거주촌. 하지만 주변에는 쓰러진 나무 등 태풍 잔해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최선 기자)
아라우 부대는 건물 재건 공사와 함께 직업학교를 만들어 중장비 등 기술을 전수하기도 한다. 무료 급식과 영화 상영, 한글학교 운영, 무료 진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우리 군은 이 같은 대민지원을 할 때 절대 총을 소유하지 않는다. 필리핀군이 직접 경계 근무를 돕고 있어서다.

부대 관계자는 “당시 한국군이 처음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임무를 수행한 지 몇 달이 지나면서 한국군의 활약에 감동하는 분위기다. 유엔 관계자와 필리핀 합참의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4일 아라우 부대는 현지에서 생존해있는 6·25 전쟁 참전용사 4명과 가족, 사망한 참전용사의 가족을 초청해 6·25 전쟁 상기행사를 열었다. 강당 외부에는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직후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먼저 파병을 한나라가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당시 7420명의 장병을 파병해 112명이 전사하고, 4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필리핀의 희생을 우리의 땀으로 갚겠다는 의지로 아라우 부대 장병들은 오늘도 재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6·25 전쟁 참전용사 도밍고 아가스(89)씨는 “(한국군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 건가?”라고 물었다. ‘임무를 마치고 오는 12월 이곳 필리핀을 떠난다’고 답해주자 그는 “더 남아 있으면 안되겠냐”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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