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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기부자 A씨는 편지에서 자신을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 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라면서 구조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춥게 눈 내리던 그날. 추위도 잊고 남편을 구조하려고 노력하고,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 응급조치를 해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고 200만 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아이 생일에 아빠의 이름으로 무언가 사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면서 “그날 이후 구급차를 보면 숨 막히게 힘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니 구급차를 보는 게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은 더 많이 하고 싶지만,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만 키우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며 “부담 없이 받아주시고 꼭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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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15일 직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병을 앓던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남편의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