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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통해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연기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쟁점법안 처리와 국회부의장 및 법사위원장 등 인선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처리된 법안들에 대해서는 국회법상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오늘 회의에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본회의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본회의 일정 잡을 것“이라며 “양당 간 일정에 큰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는 27일 또는 30일에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초 25일 본회의를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해왔다. 실제 지난달 말 문체위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 법사위 등 절차를 야당의 반대에도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의결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법사위 통과 당일 본회의 상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국회의장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면서 민주당의 목표는 늦춰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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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일정은 미뤄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언론의 견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 여전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삭제하고, 고위 중과실 추정이라고 하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환시키는 문제를 빼지 않고서는 위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또한 (보도의)현실적 악의를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데, 이 법은 슬쩍 입증 책임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조항들을 불필요하게 열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대선주자들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언론중재법은 야당뿐 아니라 언론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옥고를 치르신 참언론인 선배들도 반대하고 있는데, 강행 처리하는 것이 민주당에 무슨 득이 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라고 지적했고, 이정미 전 대표는 “최서원(최순실)씨가 고위공직자였느냐”고 반문하며 “지금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법안은 언론의 권력감시와 비판을 막아설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RSF)도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허위’나 ‘조작’ 보도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며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동아시아국장은 “언론에 대한 자의적 개입과 언론을 압박하는 도구화될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중재법, 서두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늦었다” 與 강행 예고
이러한 비판에도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 법이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반 국민을 보호할 수 있고, 하루 빨리 법을 통과시켜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남국 의원은 “(이 법안 처리는)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늦었다”며 “많은 국민이 언론개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왜 이제야 이 법안을 만들었냐라는 국민적 비판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언론의 자유는 5000만 국민의 언론의 자유지지, 언론과 언론기관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언론중재법은 언론기관과의 이해충돌이 있다보니 가감없이 우리 입장이 국민에게 전달되는데 한계가 있어 신문사 대표들을 만나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당연히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이라며 “야당이 사용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의 최후 수단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