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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이름으로 승리할 것"…'트렌스젠더 군인' 복직소송 계속된다

이소현 기자I 2021.03.15 15:11:42

故 변 전 하사, 4월 복직소송 변론기일 앞두고 사망
원고 당사자 사망으로 현재 소송 절차 중단된 상황
유가족이 소송 절차 수계…"부당한 전역 처분 취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강제 전역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유가족이 육군을 상대로 한 복직 행정소송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트레스젠더 군인’으로 국방부와 육군의 차별과 혐오에 맞섰던 변 하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앞으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전역처분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 대책위원회 활동계획 및 복직소송 진행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절차를 수계하고자 하는 유가족의 의지에 따라 변 하사의 복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중단 없이 이어가기로 했다”며 “변희수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 하사의 복직 소송은 원고의 사망으로 중단된 상태다. 민사소송법 제 233조 제1항 규정에 따르면 당사자가 죽은 때에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다만 상속인과 상속재산 관리인, 그밖에 법률에 의해 소송을 계속해 수행할 사람이 소송절차를 수계할 수 있다.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변 하사는 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변 하사는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8개월 만에 첫 변론기일이 오는 4월로 잡혔으나 변 하사는 지난 3일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대위 측은 변호인단과 변 하사 측 유가족이 지난 10일 만나 유가족이 소송 수계 신청서를 작성했고, 변호인단은 조만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 하사의 복직 소송 건은 전역 취소와 명예회복이 주된 목적이지만, 통상 법원이 유가족에게 법률상 경제적 이익이 있어야 소송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해 변호인단은 유가족의 급여청구권 등을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

공동변호인단의 유형빈 변호사는 “유가족들에게 법률상 이익이 있어 법원이 허가하면 유가족이 원고적격 판단을 받게 된다”며 “법원이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판단하게 된다면, 유가족은 변 하사가 가졌던 보수 청구권과 퇴직금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법원 판례를 들어 유가족이 변 하사의 소송을 이어받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산재요양 불승인 처분소송 중 원고인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요양급여의 수급권은 당해 근로자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므로, 유가족들이 상속인으로서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유 변호사는 “법원은 유가족의 소송 수계 신청을 받아들여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위법한지 적법한지를 심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故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공대위는 변 하사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며, 책임을 국방부와 육군에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국방부와 육군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 추정되는 2021년 3월 2일에도 54페이지에 달하는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전우의 신뢰를 짓밟고 꿈을 꺾어 빗발치는 혐오와 차별의 늪으로 몰아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육군은 변 하사에게 사죄하고 복직을 수용하라”며 “사법부는 소송 수계 신청을 인용하고 부당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공대위는 기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확대한 단체로, 변 하사 사망 직후인 지난 4일 다시 출범했다. 공대위는 재출범 이유에 대해 “더 너른 연대로 소속 단위를 확대해 평등한 세상을 소망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트래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오는 27일 국방부와 국군에 요구를 전하는 집중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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