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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 성범죄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며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15일 검찰에 출석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전 여성 A씨를 비공개로 불러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고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A씨는 지난 2013년 경찰 조사와 1차 검찰 조사에서 강원 원주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가 이듬해 이를 번복,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2차 조사를 한 검찰은 동영상에서 얼굴 식별이 곤란하고 A씨 진술 신빙성이 높지 않다며 김 전 차관을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단의 A씨 조사는 성범죄 의혹의 핵심 물증인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검증하고 뇌물 의혹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A씨는 2013년 경찰 조사에서 ‘2007년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YTN이 김학의 동영상의 고화질 원본을 입수했다며 지난 12일 공개하자 김 전 차관 측은 “영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A씨가 김학의 동영상의 등장인물인 게 증명되면 김 전 차관과 윤씨, A씨와의 구체적 관계를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
수사단은 우선 자료와 진술을 분석한 뒤 김 전 차관 성범죄 혐의를 본격 수사하면 A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단은 이와 함께 2013년 김 전 차관 경찰 수사팀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사실의 외압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은 청와대에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관련 첩보를 수차례 보고했지만 묵살됐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경무관)은 전날 수사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당시 작성한 업무일지를 근거로 진술했고 사본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일지에 대해 “날짜별로 당시 있었던 내용을 메모했다”며 “청와대 보고 등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기획관은 당시 경찰 수사팀 지휘라인에 있었다.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이에 대해 경찰이 김 전 차관 의혹 내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다가 임명 발표일에 알려 질책을 했을 뿐 경찰 수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단은 경찰 수사팀 및 지휘부 관계자들을 조사한 이후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