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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기 유족 "경찰청장 사과는 '원격·막무가내' 사과"

유현욱 기자I 2017.06.20 15:00:07

유족들 기자회견 전 ''외인사'' 정정 사망진단서 발급 받아
딸 도라지씨, "사과받는 사람이 모르는 사과 어이없어"
백남기투쟁본부 "경찰·서울대병원 책임자들 징계해야"
유족, 서울대병원장과 면담 "사망진단서 정정에 감사"

고(故) 백남기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권오석 기자] 고(故) 백남기씨 유족은 20일 이철성 경찰청장을 향해 ‘사과를 하려면 예의와 법도를 지키라’고 질타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 등 107개 단체가 함께 한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전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사망진단서를 새로 발급받은 고인의 부인 박경숙 여사와 딸 백도라지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이 경찰청장의 사과는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뿐”이라며 “무엇을 잘못했고 고인과 유족에게 어떠한 상처와 피해를 줬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을 사과한다는지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도라지씨 역시 “이 경찰청장은 사과받는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원격사과’ ‘막무가내 사과’를 강행했다”며 “사과를 하려면 국가기관의 수장으로서 품위와 체통을 지켜 정중한 사과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경찰청장이 (어머니가 사시는)전남 보성 집에 방문해 사과를 하려거든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함께 일반집회 현장에서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고 직사 살수를 하지 않겠다는 규정 등을 명문화해 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뒤늦게 고인의 사인을 수정한 서울대병원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누가 봐도 명백한 외인사를 병사로 조작한 병원의 처사는 정권의 외압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서창석 병원장과 백선하 교수는 사인 조작 시도의 전말을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진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도 “서울대병원은 서 병원장과 백 교수를 징계해야 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에 협조해 서울대병원이 정권의 외압에 휘둘리지 않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족은 사망진단서 발급에 앞서 김연수 부원장과 면담했다. 예고 없이 면담에 동석한 서 병원장은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라지씨도 서울대병원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사망진단서 정정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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