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부장의 변호인은 “용산서 정보관의 (핼러윈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서 “나머지 3건의 보고서는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감찰에서 요구하면 그때 제출하자’고 한 것”이라며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삭제돼 문제가 된 보고서는 용산경찰서에서 생산된 총 4건으로,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기간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보고된 SRI(특별첩보요구) 보고서도 포함됐다. SRI는 상급청 정보조직이 일선 경찰서에 자료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회신받는 시스템이다.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이 공모해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 전 과장의 변호인은 “(용산서 정보관의) 보고서가 (박 전 부장의) 지시로 삭제됐다는 시점에는 이미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돼 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에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는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 또는 승낙이 있는 경우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죄가 되더라도 김 전 과장은 당시 정보 보고서 처리 규정에 따른 적법한 조치였던 만큼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급자인) 박 전 부장은 자신의 지시가 경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메신저와 전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시해, (하급자인 김 전 과장으로서는)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 넘겨진 곽씨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 인정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면서도 “다만 미필적 고의와 과실로 인한 인정으로, 상관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점도 있어 위법성이 낮게 평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곽씨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의 지시를 받고 직접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 대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방청한 일부 이태원 사고 유족들에게 직접 발언한 기회를 제공했다.
희생자 고(故)이민아(25)씨의 부친 이모씨는 “가장 궁금한 건 매년 실시하던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전 계획이 왜 작년에는 수립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피고인들도 가정이 있고 국가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거라 생각하기에 강한 처벌은 원하지 않고,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과연 왜 이 참사에서 예년과 달리 경비 대책이 없었는지 등 의문점 사실대로 밝혀 진실을 알려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