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美 기업들…2분기 순이익 40% 추락 가능성

김정남 기자I 2020.05.14 14:28:25

1분기 S&P 500 기업 주당순이익 11.1%↓
코로나 직격탄…경기소비재 44.7% 급감
2분기 더 떨어질듯…상당수 가이던스 못내

미국 뉴저지주 패러머스에 있는 백화점 니만마커스의 문이 닫혀 있다. 113년 전통의 니만마커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7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맥도널드 매장 전경.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40%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가이던스 자체를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14일 국제금융센터 등의 분석을 보면, 현재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속한 기업 중 1분기 실적을 발표한 448개사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주당순이익은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주당순이익이 낮다는 것은 이익 규모가 줄어 경영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나아가 배당 여력이 떨어져 주가에 부정적이다. 이를테면 주식값이 비싼 ‘블루칩’ 대형 우량주의 인기가 계속 많은 것은 주당순이익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소비재 업종(-44.7%)의 주당순이익 타격이 특히 컸다. 자동차, 항공, 백화점, 레저 등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 미국 델타항공의 1분기 손실은 5억3400만달러(약 6555억원)에 달했다. 5년 만의 첫 분기 적자다. 금융(-38.1%), 에너지(-30.5%) 등의 감소 폭도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치를 취합한 자료를 보면, 2분기 S&P 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4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다. 3분기 때는 -23.8%까지 고꾸라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는 더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가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상당수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 때 향후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P 500에 속한 기업 중 30% 이상(162개사)이 추후 전망치를 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1일 S&P 500지수는 2930.3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기 전보다는 다소 낮지만, 충격이 가시화한 3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상승세다. 기술주 수혜 전망 등 낙관론이 우세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는 기업 실적 악화가 더 심화할 경우 그만큼 폭락할 수 있는 여지가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반영하고 있다”며 “기업 실적 외에 경제 재개 불확실성과 미·중 사이의 갈등 심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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