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19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를 열고 한국 정부와 은행권, 기업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2.9%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대북 리스크 완화 영향 제한적
크리스티안 디 구즈만 무디스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한국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전반적으로 유동성 긴축되는 상황인데다 고유가 추세가 지속돼 인플레이션 발생이 예상된다”며 “특히 미국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아시아 국가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적 정책 등 내부 불확실성은 한국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즈만 부사장은 “한국은 등급이 더 높은 Aa급 국가와 비교해도 경제와 재정 금융 환경이 양호한 편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Aa2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낮아진 점은 사실이나 긴강 관계가 완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친노동적 정책은 경제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법인세 개정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내부적인 불확실성이 외부 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재정적자 폭을 늘려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은행업 “양호한 영업환경 유지할 것”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국내 은행과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니안 리우 무디스 매니징 디렉터는 “전 세계 경제는 금리 인상, 유동성 긴축 등 변곡점에 도달해 은행 영업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영향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가파른 외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기업 여신 제공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은행들의 유동성 상황도 양호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있어 겅제 성장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어도 영업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중 은행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양현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본부장은 “지방은행은 현재 재무건정성이 악화 추세고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중은행과 손실 완충력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자동차업…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정적’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영업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동차·유통 업종의 악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크리스 박 무디스 매니징 디렉트는 “산업별로 전자 반도체 철강 정유 화학은 견조한 수준의 수익성은 유지하겠지만 내년 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자동차·유통업체는 소폭 실적 회복이 전망되나 절대적인 수준에서는 부진한 수익성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무디스는 최근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23개의 비금융 기업 중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관련 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박 매니징 디렉터는 “미중 무역이 장기화 등 외부 변수로 한국 기업들이 영업 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수입차 관세 부과를 본격화 하면 이는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