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바라지 않는 그렉시트…마지막 기회잡은 그리스

최정희 기자I 2015.06.22 17:19:53

치프라스, 정상회담 전 새 개혁안 제출..유로존 긍정

그리스 여론조사 결과 <자료: expertinvestoreurope>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향해 가는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긴급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담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인가, 남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리스와 유로존 등 국제 채권단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전세계 금융시장은 그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혹시 모를 협상 불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렉시트라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에 들어서게 된다면 누구도 그 파장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승부수 띄운 그리스…환영하는 유로존

그리스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1일 밤 세 명의 유로존 정상들에게 새 개혁안을 제시했고, 이에 유로존 정상들도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새 개혁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금 개혁, 부가가치세, 노동법 개혁 등 예민하게 대립했던 내용들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은행에서 지난 주에만 60억유로 이상의 예금이 인출되는 등의 위기가 커지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한 그리스 정부의 결단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리스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상에 실패할 경우 자본 통제가 실시되면서 식물 경제를 이끌어야 할 부담감이 커진다. 치프라스 총리가 주도하는 시리자 정권에도 교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그리스 국민 62%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만큼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여론이 더 높다는 것이다.

◇ 치프라스의 마지막 카드…메르켈 결단 남아

새로운 개혁안을 제시한 치프라스 총리는 이미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최종 선택은 사실상 그리스 최대 채권국이자 유로존 내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로 넘어갔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면 그리스는 반드시 유로존 내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렉시트는 메르켈 총리에게도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렉시트가 될 경우 남유럽 등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치프라스 총리는 정상회담 전 러시아와 가스 송유관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로존 정상들을 자극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가 공고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아일랜드 신문인 아이리쉬 타임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게 된다면 메르켈 총리도 실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로존을 이끄는 그녀의 리더십에 금이 갈 뿐 아니라 독일이 꿈꾸는 유럽 통합에서도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프랑스에서도 보이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모든 논의와 협상은 반드시 합의에 이르는 쪽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 누구도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

그렉시트의 공포감은 그리스 국민과 유로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보고서에서 “그렉시트로 인한 유로존의 부담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신흥국의 모든 자산까지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의 통화가치가 유로화대비 5~10%, 달러화 대비 15~20% 가량 하락하는 등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그리스와 채권단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그 결과는 매우 끔찍할 것”이라며 “첫 번째 희생자는 그리스 국민과 경제가 될 것이고 다른 국가들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그렉시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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