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손학규 토굴을 찾아 만남을 시도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7·30 재보선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낙향’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기거하고 있는 이른바 ‘손학규 토굴’을 예고 없이 찾은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정동영 고문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가 이튿날 상경 길에 손학규 전 고문이 칩거하고 있는 전남 강진의 백련사 근처의 손학규 ‘토굴’(흙집)을 찾았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비대위원회에서 배제된 상황을 들어 ‘범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립하는 시점에 이뤄진 전격적인 방문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고 정계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동영 고문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 쇄신파’가 비노의 세력규합에 본격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정동영 고문은 최근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온건 중도개혁 성향의 원내·외 그룹과 함께 ‘구당구국’이라는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그러나 손학규 토굴 방문 시 때마침 손학규 전 고문이 산책으로 자리를 비워 회동은 불발됐고 정동영 고문은 손학규 전 고문을 기다리다 배 한 상자와 함께 “왔다 갑니다”라는 메모를 남긴 채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손학규 전 고문은 정동영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정동영 고문은 “현실 정치에서 손 고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귀양 중 저술로 여생을 마친 다산 정약용 선생과 달리 현실에서도 승리하길 원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 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동영 고문은 “눈이 올 무렵 다시 강진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반면 손학규 전 고문 측에 따르면 정계를 은퇴한 상태에서 일절 정치 얘기는 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입장은 확고한 걸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