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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보내고, 원유 사주고" 정유업계 日 적극 지원

전설리 기자I 2011.03.16 17:52:21

정유 4사,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급키로
SK이노베이션, 처리 못하는 원유 대신 구매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이윤 같은 것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와줘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니시오 신지 JX홀딩스(JX니폰오일앤드에너지의 모회사) 회장과 와타리 후미아키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 의장에게 위로의 서신을 보낸 뒤 감사의 답신을 받고 SK이노베이션에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구자영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은 16일 여진의 위험이 남아있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 사장은 도쿄 JX에너지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일본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유공장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에너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공장 가동 중단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원유를 대신 사주기로 했다.

◇ "휘발유 보내달라"..위로의 편지에 간절한 답장

▲ 지진으로 발생한 화재로 불타고 있는 일본 정제시설 (출처: CNN)
"휘발유와 납사, 등유, 경유, 항공유 등 약 100만~150만배럴 물량을 최대한 빠른 시일 이내에 공급해달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지난 14일 협력업체들에 보낸 위로의 편지에 JX에너지가 보낸 답장이다.

GS칼텍스는 "복구 과정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지원하라"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최대 물량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JX에너지에 휘발유 26만배럴을 최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로 내달 초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원전 가동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동북전력에 발전용 중유 1만톤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 전어련(전국어업협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어선용 연료유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제품 수출 계약이 이미 완료됐지만 먼저 사기로 한 고객들에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는 양해를 구하고 공급을 미루거나 취소 통보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도 합작 파트너인 코스모석유로부터 석유제품 지원을 요청 받아 4월까지 항공유와 등유 제품 총 30만배럴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선발사에 비해 생산능력이 적은 편이고, 이달 중 정기보수까지 예정돼 있어 공급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려움에 빠진 사업 파트너를 돕기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끌어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Oil(010950)도 석유제품을 적극 지원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에너지는 센다이·카시마·네기시 등 3곳 정유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4위 정유업체 코스모석유도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원전 가동까지 멈추면서 현재 일본은 에너지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 석유제품 의무 법정 비축량을 70일분에서 67일분으로 조정, 3일분의 재고를 시중에 풀었다.

◇ SK이노베이션, JX에너지 원유 대신 떠안기로

일본의 정유공장 가동 중단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원유도 대신 사주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JX에너지가 동북지역 정유공장 가동 중단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중동산 원유 200만배럴(약 2억달러 규모)을 구매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원유 구매도 검토하기로 협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유 탱크의 저장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본 지진 피해 복구 지원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며 "현재 2~3척의 유조선이 더 오고 있고, 구매 요청이 들어와 이 물량도 받아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가 보유한 설비로 처리 불가능한 유종만 아니면 추가 구매 요청은 물론 JX에너지 이외에 일본의 다른 석유회사의 요청에 대해서도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도 원유 구매 요청을 받으면 사주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정유업계는 이번 원유 구매로 금융비용과 저장비용, 유가 급락시 입게 될 재고손실 리스크 등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정유공장이 풀가동 상태로 증산이 어려워 일본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오면 고스란히 재고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지만 지진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해 구매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국내 수급 문제 없을까..휘발유 가격은

일각에서는 일본에 대한 석유제품 지원으로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국내 수급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내 휘발유 가격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서 석유제품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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