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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한 관측을"…'아슬아슬' 언덕 위 최남단 온실가스 감시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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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인 기자I 2026.05.01 09:00:04

최남단 언덕 위에 지상 12m ''공기 흡입 탑'' 설치
합성 온실가스 ''정밀 예측'' 장치…"전 세계 14곳뿐"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뻥 뚫린 전경 위로 사방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옷자락이 강풍에 나부끼며 상체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엔 정체를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기기들이 늘어서 있었다.

제주 최남단에 자리한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 바람에 실려 온 공기를 채집해 이산화탄소·메탄 등 기후변화 원인물질을 관측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 온난화,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를 최전선에서 감시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가 지난달 29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지구대기감시소에서 관측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염정인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방문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지구대기감시소에서는 이날도 어김없이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곳에선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4종의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한다.

김수민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과 연구관은 “이 정도면 바람이 잠잠한 편”이라며 “평소에는 거의 태풍에 가까운 바람이 수시로 분다”고 했다. 그는 “직접적인 오염원이 없는 바다에서 불어오기에 대기 성분을 관측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미 높은 언덕이지만 공기를 빨아들이는 타워는 지상 약 12m 높이에 설치됐다. 이 기기가 유독 높게 달린 이유는 지상의 먼지나 이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외부인의 출입도 제한해 사람의 호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도 줄이고 있다.

이렇게 빨아들인 공기는 땅 밑의 관을 통해 제습 과정을 거친다. 공기 중에 수분이 섞여 있으면 정확한 관측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관측실에서는 보정 작업을 마친 뒤 분석에 활용한다.

지난달 29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의 공기를 흡입하는 타워의 모습이다. 나팔 모양의 노란 장치는 벌레를 걸러내는 장치다. (사진=염정인 기자)
합성 온실가스 ‘정밀 예측’ 장치…“전 세계 14곳뿐”

언덕 한 편에는 전 세계에 14개뿐인 합성 온실가스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육불화황·수소불화탄소 등 합성 온실가스 약 50종을 측정할 수 있다. 육불화황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4만300배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물질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온도를 ‘영하 160도’까지 낮춰 농축한 뒤 순서대로 분석기에 넣어야 하는 세심한 기술을 요한다. 차례로 주입하기 위해서 해당 장치에는 복잡한 선이 마구 달려 있는데, 그 모습 때문에 ‘메두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높은 기술력과 집요한 관리 기술이 필요한 만큼 해당 장비를 갖춘 곳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러한 자료들은 단기 기상 전망이 아닌 거대한 기후위기 흐름을 점검하는 데 쓰인다. 기후변화감시통계 등 국가승인통계로 제공되거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내 정책자료 등으로 활용된다. 나아가 전 지구 관측 네트워크에 포함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평가보고서’에 반영되기도 한다.

현재 기상청은 제주고산과 안면도, 울릉도·독도, 포항 등 총 4개 감시소를 두고 있다. 또한 서울 및 광주, 제주, 남극 등 7개의 위탁관측소로 구성된 기후변화감시망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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