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늘봄학교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늘봄학교 강사 채용은 시범 운영 기간부터 지적된 문제인 데다가 당장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1학년 교사 4명을 늘봄강사로 투입하고도 인력이 모자라 관리자인 교장·교감이 직접 늘봄학교 체육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정책이다. 초등돌봄교실은 그간 오후 5시까지만 운영되는 곳이 많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컸다. 늘봄학교에선 최장 오후 8시까지 자녀를 학교에서 돌봐주고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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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학 직전까지 늘봄강사를 구하기 위해 분주한 학교가 상당수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개학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8일 리코더 강사 모집을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강사는 방과 후 주 2회 2시간씩 1학년 학생들의 리코더 연주법을 지도하고 쉬는 시간 학생 안전 관리를 맡는다.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개학 직전까지도 학교에서 채용공고를 냈지만 선발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늘봄 수업을 진행할 공간도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상담실을 늘봄교실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상담실은 여러 학생을 위한 공간인데 늘봄수업 공간으로 용도가 바뀌어 상담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1학기에 전국 초등학교 2741곳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한 뒤 2학기부터는 6176개 모든 초등학교에서 이를 확대 도입한다. 이번 학기에는 등교 전인 오전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원하는 초1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일 2시간, 월 40시간 예체능·교과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돌봄 부담을 하루빨리 덜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늘봄학교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시행했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늘봄학교 운영이 안정된 뒤 자녀를 맡기겠다는 학부모도 많아서다.
초1 자녀를 둔 경기도 수원의 학부모 A씨는 “아직 늘봄학교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무턱대고 맡기는 것은 걱정이라 참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체능 프로그램이 좋아 보여서 참여할까 갈등했지만 일단은 신청하지 않고 정규수업만 받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운영하던 방과후 프로그램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안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부는 새 학기부터 방과후 학교와 초등돌봄교실를 늘봄학교와 통합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부모 B씨는 “하교 후 학원 수업 전까지 시간이 비어 늘봄학교를 신청했다”며 “이후 시작될 방과후 프로그램과 중복되면 늘봄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건지 궁금한 것이 많은데 학교에서는 자세한 안내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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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학원 뺑뺑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내는 학부모도 많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C씨는 “하교 후 학원 등원까지 2~3시간 시간이 붕 떠서 걱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학원 등원 전 1시간 정도 학교에서 늘봄 프로그램 들으면 학원비도 덜 수 있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4일 전국 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과 동시에 입학식을 열었다. 1학기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전국 2741개 초등학교 중 대부분은 다음주 11일부터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 개학 이후 약 1주일 동안은 신입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입학 초 적응기간’을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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