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5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조 대법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법원장은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헌법 정신을 되새겨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공정한 재판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 아래 정치적 편향성과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소된 지 3년 8개월만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1심만 1년 5개월이 걸렸다”며 “이런 일이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연된 재판의 수혜는 문재인 정부 관계자나 민주당 인사들만 누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판에 조 후보자는 김 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역대 대법원장마다 힘든 시기가 있었고 나름의 개혁 조치를 취해 성공한 개혁도, 실패한 개혁도 있었다”며 “전임 대법원장이 실패한 부분을 반면교사 삼겠다”고 답했다.
야당은 전날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남발을 비판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경기도청에 들이닥쳐 이미 13번을 압수수색했음에도 김동연 도지사가 직접 들고온 컴퓨터를 뒤졌다”며 “검찰의 이러한 행동을 법원이 제지해줘야 하는데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이 들어오면 거의 100% 발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제도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관련자를 불러 대면심문할 수 있는 제도다. 조 후보자는 “최근 압수수색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대법원장에 취임하게 되면 대법관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시켜 논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
|
조 후보자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 약 3년 6개월 동안 사법농단 사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했다. 그는 ‘사법농단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질문에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자괴감이 있다”며 사과했다.
여야 모두 조 후보자의 자질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주혜 의원은 “조 후보자는 ‘흠이 없는 것이 흠’인 것 같다”며 “경력을 보면 화려하고 재산, 경력관계, 가족관계, 병역, 세금 하나도 흠 잡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 역시 “후보자는 인품도 훌륭하고 (2014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대법관이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앞서 이균용 후보자(서울고법 부장판사) 낙마 이후 약 3개월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부결을 결정하기에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