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거덜난 세그먼트도 등장한다. 대표적인게 지난해 모두 단종한 소형차(세단 및 해치백) 시장이다. 현대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한국지엠 아베오가 대표적이다. 한국에 소형차 시장은 없어졌다. 단순히 소형차를 넘어 올해는 상황이 더 급박하다. 대표적인 타격이 준중형 세단 시장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준중형세단 시장은 자동차 세그먼트에서 최대 규모였다. 현대 아반떼,기아 K3,한국지엠 라세티(후에 크루즈), 르노삼성 SM3가 4파전을 하면서 시장을 키웠다. 아반떼는 베스트셀링 모델을 한 두해 빼고는 놓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형 SUV가 대박을 내면서 준중형 시장마저 쪼그라드는 신세가 됐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국내 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와 중국을 필두로 소형차가 강한 유럽까지 타격을 받는 전세계적인 트렌드 변화다.
지난달 현대기아차 아반떼와 K3의 판매량은 작년 동월 대비 50% 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위력도 무시 못할 팩터이지만 이러한 판매량 감소 추이를 이끈 것은 소형 SUV의 득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등장한 소형 SUV는 이런 고정 관념을 바꾼다. SUV 스타일링과 공간 활용도를 모두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형 승용차 가격대로 나온 것이다. 기존 장벽을 무너트린 SUV는 자신만의 강점을 마음껏 어필하면서 준중형 세단 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또 최근 레저 문화가 발달하면서 기존 소형 승용차 적재공간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캠핑 혹은 자전거 같은 아웃도어 레저가 활성화하면서 그에 걸맞는 적재공간이 큰 차량이 필요해진 것이다. SUV가 단순히 아저씨의 낚시용 차량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 또한 준중형 세단에게는 악재인 셈이다.
국내의 경우 사회적 시선 또한 차량 구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차나 경차는 상대적으로 안전에서 미흡하다는 인식과 함께 큰 차량 선호 스타일이 맞물려 더 안전해 보이고 사회적으로 무시 받지 않는 SUV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급등으로 ‘욜로’, ‘카푸어’ 등을 양산하면서 보유 자산을 자동차 쪽에 쏟아 붙는 경우도 늘었다. 이런 한국적 특수 상황도 소형차와 준중형 세단의 말로를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형 SUV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베뉴, 코나, 셀토스 등 전략적인 소형 SUV를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소형 SUV 만큼은 글로벌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음달 현대차의 야심작 아반떼 풀모델체인지가 데뷔한다. 렌터카나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으로서 선택을 얼마나 받을지 아울러 준중형 세단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