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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던진 관세폭탄이 미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등이 대중 관세에 따른 피해가 미국 기업 및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놨다. 미국 월마트와 메이시스 백화점도 최근 “관세 때문”이라며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2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IMF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25% 관세 대부분을 미국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IMF는 그 근거로 “중국 통관에 보고된 수출 제품 가격을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관세 전쟁에 따른 가장 큰 패자는 미국과 중국 소비자들”이라고 덧붙였다.
기타 코피너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중 일부는 세탁기 등과 같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나머지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대중 관세에도 무역수지 적자는 대체로 변함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중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금고에 연간 1000억달러가 채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정면 대치된다.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생산된 ‘제로’ 관세 제품 또는 비관세 국가들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구매한다면 관세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나머지 중국산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물론 단기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도 약 0.3%포인트 축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 연은도 이날 2000억달러어치 추가 관세폭탄으로 미국 가계가 연간 1060억달러의 비용을 더 부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구당 831달러 꼴이다. 이는 지난해 414달러의 2배가 넘는다.
관세율이 10%에서 25%로 인상되면서 발생한 가계의 추가 세금이 연 269억달러(가구당 211달러), 수입 업체들이 공급 대상 국가를 전환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초과 부담액이 연 791억달러(가구당 620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대형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를 비롯해 수많은 중소 유통사들도 관세 충격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월마트는 지난 16일 “비용 상승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공급자들과 가격을 관리하기 위한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아닌 자신들이 관세 부담을 지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