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종합국감에서는 통일부에 대한 감사보다는 여야의 정치 공세가 주를 이뤘다. 여당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낸 회고록 내용으로 야당을 공격했고, 야당은 대통령이 탈북을 이용해 북한 정권 흔들기는 물론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 장관을 지냈던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총공세에 나섰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고 적었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야당에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와 자문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어서 북한인권재단과 위원회가 정식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중 해당 내용을 자세히 거론했다.
윤 의원은 “이게 사실이라면 대단히 중대한 문제다. 북한 동포가 압제에 시름하고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외면하는 기권 결정을 하는데 북한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고 하면 부끄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북한 정권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한 사례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야당측 사유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과 이것이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상당히 큰 우려가 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사실과 다르다”, “언제까지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할 거냐”,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 공세”라며 반발해 여야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정양석 새누리당 의원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나와 있는 내용과 관련 송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서청원 의원도 문서 열람을 요구하고 조사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과 북한 체제에 대한 인식이 부정확한 사실에 입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와 국군의날 기념사 등에서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독려하고, 주요 간부들의 탈북 사실을 공개하고 북한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계속 얘기하면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는구나’라고 추측해도 무리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자꾸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대부분이 그 긴장을 불편해 한다.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렇게 브레이크 없이 페달만 밟고 가냐. 대통령이 긴장의 가속페달만 밟고 있는데 이렇게 긴장을 고조시키면 한반도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북한 엘리트들의 잇단 탈북으로 북한 붕괴가 임박한 것처럼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내일 이라도 (북한이) 망하겠다는 판단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같은 여론 형성의 핵심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은 “여전히 탈북자의 대부분이 생계형 탈북인데 정부 이념적 탈북이 늘고 있다고 왜곡 선전하고 있다. 통일부가 대통령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준 것 아니냐”며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통일부의 탈북민 지원대책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탈북민 정착 교육과 지원이 통일부 업무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인영 더민주 의원은 탈북민 취업 지원이 질적으로도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