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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감염원인 오리무중…의료계 "폭염 영향 가능성"

김기덕 기자I 2016.08.29 16:12:21

콜레라 환자 접촉한 96명·환경검체 25건 모두 음성
방역당국 "남해안 해양검사 확대…해수부와 협의 중"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콜레라 환자 두 명과 관련한 접촉자를 비롯해 해수, 지하수, 음식물 등을 전수 조사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확인되지 않은 콜레라균에 의해 지역사회 내 추가 환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9일 경남 거제시 일대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의 콜레라 환자에 대한 접촉자 96명, 환경검체 25건을 수집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콜레라 환자와 관련한 접촉자는 병원관계자, 가족, 음식물 공동섭취자 및 조리종사자 등이다. 콜레라 발병 이후 거제시내 횟집 내 음식 조리도구, 수족관 물을 비롯해 해수와 상하수도 등에 대한 환경검사도 진행했지만 비브리오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존 방역당국이 예상했던 음식과 바닷물, 지하수, 제3의 감염원인 접촉 등이 모두 빗나갔다. 현재로서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염원인은 바닷물이다. 보건당국이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양식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수와 수상물에 대한 오염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번에 오염조사 대상 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검역소 인근 해역에 추가로 거제·통영 인근 일대 바다 등 남해안 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오염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바다 중앙에서 조사할 때는 해양수산부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남 통영시, 거제시 등 남해안 지역의 해양환경 비브리오균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바닷물을 채집하는 시기를 기존 2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줄이기로 했다. 해수부 협조 하에 해양 플랑크톤을 채취해 콜레라균 검사를 실시하고, 필요 시 해산물 및 식품에 대한 검사도 확대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극심한 폭염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이 콜레라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국내 콜레라는 여름철 해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안에서 증식한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경우는 집단 발생이 아니라 산발적 발생 양상을 보이며 향후 가을까지 산발적인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인성 질환인 콜레라의 경우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했다면 오히려 원인 규명이 쉬운데 이번에는 환자 발생하는 패턴이나 양상이 평소와는 달라 영구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다만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라 비브리오균 활동성이 높아지면 바다 오염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이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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