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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인하 카드 만지작…떨고 있는 정유주

양지윤 기자I 2022.03.30 16:23:42

내달 물가관계장관회의서 추가 인하 논의
국제유가·정제마진 강세에 웃던 정유주 최근 주춤
최근 20년 간 유류세 인하 때마다 주가 ''약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 들어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로 날아오른 정유주가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가능성에 떨고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 급등 여파로 서민 고통이 커지자 정부에서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30%로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유주는 최근 20년 동안 세 번의 유류세 인하 조치 기간 동안 줄곧 약세를 보였던 만큼 내달 추가 방안이 나오면 또 다시 하락세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OIl은 전 거래일보다 1000원(1.02%) 내린 9만6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078930)는 350원(0.81%) 하락한 4만2600원,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00원(0.95%) 오른 21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호실적을 달성했던 정유업계는 올 들어서도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국제유가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대폭 오르면서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정부가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20% 인하 조치의 종료 시한을 4월 말에서 7월 말로 3개월 연장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데 이어 인하 폭을 법정 최고 한도인 30%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서민 물가 안정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난 27일 보고했다. 기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지만, 4월 5일 열리는 정부의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를 논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정유주는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 간 세 번의 유류세 인하 조치 시기에 약세를 보인 점에 비춰 전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유류세가 인하된 시기인 △2008년(3월10일~12월31일) 29% △2018년(11월6일~2019년 5월6일) 4.49% △2019년(5월7일~8월31일) 7.8% 하락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류세 인하는 정유사에 대한 규제 리스크를 높이는 계기가 돼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원유수입 관세 인하 등과 더불어 정유사에 대해 공공적 기능 강조하는 수순으로 전개됐다”며 과거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정유사 주가와 유류세 인하 시기를 비교해보면, 유류세 인하 이후 주가는 어김없이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2번의 유류세 인하 카드를 뽑아드는 상황이 정유사에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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